"결심했어" 금연클리닉 다시 북적…지나친 보조제 의존 '독'

입력 2018-01-03 07:17
수정 2018-01-03 14:29
"결심했어" 금연클리닉 다시 북적…지나친 보조제 의존 '독'

첫 방문 때 "금연 의지 100점" 의욕…보조제 중단하면 도루묵

"보조제 쓰면서 금연 성공했다고 착각해선 안 돼…의지가 중요"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작년 12월만 해도 한산했던 보건소 금연클리닉들이 새해 들어 다시 북적거리고 있다.



해마다 1월이면 평상시보다 절반가량 더 많은, 12월보다는 배나 많은 흡연자가 금연클리닉을 찾는다.

해가 바뀌는 것을 계기로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기 때문이다.

이들은 금연클리닉 첫 상담 때 '금연 의지'를 점수로 표시하는 문항에 대부분 '100점'이라고 써넣으며 의욕을 보이지만 금연에 완전히 성공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대부분의 보건소 금연클리닉이 내놓는 성공률은 50% 안팎이다. 이마저도 금연 도전자들의 답변에 의존하기 때문에 완전히 믿을 만한 수치는 아니다.

보건소별 금연 도전자 관리기간은 6개월이다. 이 기간이 지난 후 소변 검사 때 니코틴 반응이 '음성'으로 나오면 금연에 성공한 것으로 판정하는데 보건소를 방문하지 않는 도전자의 경우는 전화로 물어 "담배를 안 피운다"고 대답해도 성공한 것으로 통계를 잡는다.

의료계에서는 금연 성공률이 10% 미만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보건소 금연클리닉은 흡연자들의 금연을 돕기 위해 니코틴이 개당 1∼2㎎ 함유된 껌이나 사탕, 10∼30㎎의 대용량 패치 등 보조제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보조제가 금연 성공을 돕기도 하지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담배를 피우지는 않지만 지나치게 의존하다보면 금연 보조제 중독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수년 전 청주의 한 보건소를 찾아 새해에는 담배를 무조건 끊겠다며 금연에 도전했다. 그러나 작심삼일이었다.

금연클리닉은 12주간 사용할 수 있는 금연 보조제를 제공한다. A씨는 니코틴 껌을 씹으며 주변에 담배를 끊었다고 자랑했고 실제로 담배를 피우지 않았지만 금연 보조제 제공이 중단되자 심한 금단 증세에 시달리다 머지 않아 금연을 포기했다.

그렇다고 담배를 다시 피운 것은 아니다. 약국에서 니코틴이 함유된 '금연 껌'을 사 씹는 것으로 흡연 욕구를 채우기 시작했다.

A씨는 그 이후 매년 1월이면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아 12주 치의 금연 보조제를 받아가고 있다. 보건소 입장에서 보면 A씨는 금연 보조제를 끊지 못하는 '니코틴 중독자'인 셈이다.

니코틴 패치 중독이 심한 B씨도 금연에 실패했다.

담배 의존도가 강할 경우 니코틴이 피부로 흡수되는 금연 패치가 제공되는데, B씨는 금연 도전 석 달 후 패치 제공이 중단되자 금연을 포기했다.



등록자 정보가 금연클리닉 전체에 공유돼 1년에 1회 이상 금연 보조제가 제공되지 않자 B씨는 결국 패치를 무료로 받기 위해 다른 금연 지원기관을 찾았다고 한다.

금연에 성공했더라도 "담배 한 대 줄까"라는 주변의 유혹에 넘어가거나 의지 부족으로 담배를 다시 입에 무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게 금연클리닉 측의 설명이다.

청주의 한 금연클리닉 관계자는 "금연 보조제는 흡연 욕구를 참기 어려울 때 도와주는 보조제일 뿐"이라며 "니코틴 껌·사탕이나 패치에 의존해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을 금연에 성공한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흡연 유혹과 금단 현상을 이겨내려는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확고한 의지 없이 보조제에 의존하는 금연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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