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는 평창] ③ 시속 150㎞ 질주 '얼음 위 슈퍼카' 봅슬레이
썰매, 19세기 유럽서 스포츠로 발전해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로 나뉘어
'미래형 자동차' 모양 봅슬레이 제작에 세계적 자동차 브랜드도 참여
남자 2인승 원윤종-서영우, 홈 트랙 이점 살려 메달 도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썰매는 겨울이 있는 지역이라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기간 운송 수단으로 활용됐다.
이런 썰매가 스포츠의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은 19세기 유럽에서다.
스포츠로서 썰매는 모양과 타는 방법 등에 따라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로 나뉘었다.
이중 봅슬레이는 1924년 제1회 프랑스 샤모니 동계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전통 있는 스포츠다.
처음에는 남자 4인승 경기만 열리다가 1932년 제3회 미국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2인승, 이후 세월이 흘러 2002년 제19회 미국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2인승이 추가됐다.
봅슬레이는 '얼음 위의 슈퍼카'로도 불린다.
언뜻 보기에 미래형 자동차처럼 생긴 봅슬레이는 그 안에 2명 또는 4명의 선수가 일렬로 앉아 보통 1천200∼1천300m 길이의 트랙을 내려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순위를 매긴다.
엔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썰매 제작에는 각종 첨단 기술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페라리, 맥라렌, BMW, 현대자동차 등의 세계 유명 자동차 브랜드들도 홍보 효과 등을 노리고 제작에 뛰어들었다.
선수와 썰매를 합친 무게가 무거울수록 가속도가 붙어 총 무게는 남자 2인승 390㎏, 남자 4인승 630㎏, 여자 2인승 350㎏ 이하로 제한된다.
썰매는 최대한 가벼워야 출발할 때 밀기가 수월하다. 따라서 각종 좋은 소재를 이용해 썰매를 경량화하고 규정된 범위 내에서 선수들이 몸무게를 늘리는 게 일반적이다.
살만 찌우면 몸이 둔해지는 것은 당연지사라, 봅슬레이에 입문한 선수들은 강도 높은 근력 운동을 거쳐 점차 '거구'로 변신하게 마련이다.
선수들은 맡은 역할이 다르다.
2인승을 예로 들면 앞의 선수를 파일럿, 뒤의 선수를 브레이크맨이라고 부른다.
파일럿은 썰매 안쪽에 달린 로프(밧줄)를 이용해 썰매를 조종한다.
선수들은 출발할 때 수십m 달리면서 썰매를 힘껏 민 뒤 올라타서 레이스를 펼치는데, 브레이크맨은 이 미는 역할과 함께 피니시 라인 통과 후 썰매가 멈추도록 제동을 거는 임무를 맡는다.
평창올림픽 봅슬레이에는 금메달 3개가 걸려 있는데, 한국은 남자 2인승 부문의 원윤종(33)-서영우(27)가 메달에 도전한다.
사실 봅슬레이는 오랜 기간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다.
한국은 불과 몇 년 전까지 '불모지' 소리를 듣다가 2011년 7월에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잇따랐고,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은 우수 인재를 끌어모았다.
썰매 종목은 스포츠로 발전한 초기에는 눈으로 덮인 언덕에서 경기를 치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얼음을 인공적으로 얼린 트랙 위에서 시합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인증을 받은 전 세계 트랙은 총 16군데로, 트랙이 저마다 제각각이다.
평창올림픽이 열릴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는 가장 최근인 2016년 10월 완공됐다.
트랙의 총 길이는 1천659m지만 시합은 1천376m 구간 내에서 치른다. 시작 지점의 고도는 950m, 마무리 지점의 고도는 850m다.
출발할 때 있는 힘껏 썰매를 민 뒤 올라타는 데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썰매에는 점점 가속도가 붙는다.
가장 무거운 남자 4인승 부문의 최고 속도는 시속 150㎞ 안팎에 이른다.
올림픽에서는 이틀에 걸친 4차 시기 주행의 기록을 합산해서 최종 순위를 가린다.
평창올림픽의 남자 2인승 메달의 주인공은 2월 19일, 여자 2인승은 2월 21일, 남자 4인승은 2월 25일 가려진다.
원윤종-서영우가 홈 이점을 잘 살리면 충분히 메달을 노려볼 수 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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