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먹는 짐승을 많이 기르자'…선전 포스터로 엿본 북한사회

입력 2018-01-02 16:23
수정 2018-01-02 16:25
'풀먹는 짐승을 많이 기르자'…선전 포스터로 엿본 북한사회

CNN, 북한 선전 포스터 100여점 소개…농업·과학 발전 장려

인터넷·TV 대신 여전히 포스터 활용…그림 스타일도 60년째 꾸준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북한의 선전화(선전 포스터)는 주로 군사적인 내용과 반(反) 미국 메시지로 유명하지만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 사회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매체이기도 하다.

2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은 스위스 정부기관 소속으로 평양에 5년 거주한 캐서리나 젤위거 스탠퍼드대 연구원이 모은 북한 선전화 100여 점을 소개했다.

다른 나라처럼 북한 당국도 공적인 정보를 알리는 채널로 선전화를 활용한다. 특히 북한은 인터넷 접속과 TV 시청이 제한돼 선전화는 지역사회 구석구석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율적인 수단이다.

선전화 대부분은 농업과 과학 발전을 고취하고 노동과 연대를 장려하는 내용으로, 북한 선전 포스터의 전형적인 이미지로 알려진 호전적인 장면과는 다르다고 CNN은 전했다.

반미 또는 반일 포스터에 그려진 군인은 보통 남성이지만, 농업과 산업 관련 메시지를 전달하는 포스터에는 여성이 모델로 많이 그려졌다.

젤위거 연구원은 "(포스터의) 농업인은 항상 새로운 농업 정책을 홍보하고, 토끼를 기르는 웃는 여성"이라며 "노동이나 과학 관련 주제를 선전하는 포스터에도 여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북한 선전화로 북한 사회의 변화를 추적할 수도 있다. 선전화들은 북한 정권의 우선순위를 반영해왔다.

젤위거 연구원이 소장한 포스터들은 특히 북한 농업 분야 변화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그는 "농사가 점점 효율적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한 포스터에는 현미경과 벼, 옥수수 등 작물 그림과 함께 '종자개량', '다수확품종 확보는 알곡증산의 결정적 담보'라는 문구가 쓰였다.

이 포스터는 북한이 농업에 혁신을 일으키려던 2000년대 중반 북한 농업 정책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젤위거 연구원은 설명했다.

'풀먹는 짐승을 더 많이 기르자' '쌀은 곧 사회주의다' '더많은 토끼를 기르자' '풀과 고기를 바꾸자' '아카시아 나무를 더 많이 심자요' 등의 선전화 문구도 눈에 띈다.



북한은 금연 포스터도 활발하게 제작한다. 북한은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에 가입했으며, WHO는 북한이 매년 세계 금연의 날을 "열심히 기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북한의 재능 있는 예술가 1천여 명이 소속된 북한 국영 예술 창작 기관인 만수대창작사가 이 같은 선전 포스터 상당수를 제작한다.

선전화에 북한의 변화가 나타나지만 그림 스타일은 1950년대 이후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한때 공산주의 세계에서 유행한 화법이 지금도 쓰인다.

선전화에는 큼직한 구호가 등장하며 그림과 문구는 밝은 색상이다. 선전화에 쓰이는 색은 주민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상징적인 색이라고 한다.

젤위거 연구원은 "모든 색이 의미가 있다"며 "빨강은 사회주의와 공격성과 열정, 파랑은 평화와 화합, 반미와 반일 포스터에 많이 쓰이는 검정은 어둠과 악, 금색과 노랑은 번영과 영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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