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취수원 이전 반대…지역이기주의인가, 정당한 거부인가
구미시 민관협의회 3가지 이유로 반대…타당성 용역 진행
(구미·대구=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이 8년 11개월 동안 진행됐으나 큰 진전이 없다.
구미 쪽이 몇 가지 이유를 내세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무조정실이 나서 중재하고 있으나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대구취수원을 이전할 경우 낙동강 수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타당성 조사를 의뢰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
대구시는 2009년 2월 시민 250만명 중 약 70%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달성군 다사읍 매곡·문산 취수장을 구미시 해평취수장으로 옮겨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배출하는 유해 화학물질이 수돗물 원수를 오염시켜 시민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구미시민에게 원수를 공급하는 해평취수장으로 옮겨 구미·대구시민이 취수장을 공동 사용하자는 것이다.
해평면 해평취수장은 구미국가산업단지 위쪽 낙동강에 있어 화학물질 오염 걱정을 덜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지역이기주의인가, 정당한 거부인가
대구취수원 이전 구미시 민관협의회는 크게 3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첫째 대구 매곡·문산취수장과 구미 해평취수장 수질이 똑같은 2급수라서 굳이 이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구시가 1천500여종 미량 유해물질이 취수장에 유입된다고 하지만 대부분 기준치 이하이고 해평취수장도 같은 조건이라고 한다.
둘째 1991년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페놀 유출 사고가 난 적이 있지만, 그 이후에는 화학물질 사고로 낙동강을 오염시키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즉 불산사고 등이 발생했으나 낙동강으로 흘러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확학물질 공장이 있으나 대구에도 많은 유사공장이 있어 조건은 비슷한데 굳이 취수원을 구미로 이전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셋째 해평취수장 상류 3.25㎞ 지점까지 상수원보호구역인데 대구취수장을 이전하면 상류 쪽으로 추가 0.5∼1㎞를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래층을 통과하는 취수 우물통인 강변여과수를 20∼30개 설치하면 상수원보호구역 확대가 불가피하고 각종 개발제한에 따른 주민 재산권 피해와 공장 설립 제한이 뒤따른다고 밝혔다.
◇ 취수량이 줄어든다
칠곡보 상류 물 저수량은 7천여만t이다. 현재 해평취수장은 이 중 하루 70만t을 취수한다.
생활용수 20만t, 공업용수 20만t, 농업용수 30만t이다. 농번기에는 농업용수 취수량만 100만t에 이른다.
대구시는 상수도관 56㎞를 설치해 하루 생활용수 45만∼70만t을 뽑아가도록 해달라는 요청이다.
구미시는 "대구취수원을 구미로 이전하면 하루 취수량이 190만t까지 늘어나 낙동강 취수량이 줄어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녹조 현상과 수질오염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 타당성 조사 진행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9월부터 중재에 나서 대구취수원 이전 대구시·구미시 민관협의회와 이견을 조율하고 있다. 최근 낙동강 수계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용역을 의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구취수원 이전을 반대하는 구미시 민관협의회도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대구취수원 이전을 전제로 한 용역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용역 결과가 낙동강 수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나오더라도 대구취수원 이전과 직접 연계하는 점을 경계한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국무조정실이 구미시·대구시 이견을 조율해 용역을 맡기는 쪽으로 가고 있다. 취수원 이전은 구미시민 뜻을 존중해야 하고 시장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구미시 민관협의회 윤종호(구미시의원) 위원장은 "해평취수장 상류 봉화·김천 등에 4천800개 공장이 있다"며 "영남권 1천300만명이 낙동계 수계를 공동관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par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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