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로 최대 위기에 처한 이란 신권정치

입력 2018-01-02 11:40
반정부 시위로 최대 위기에 처한 이란 신권정치

보수파 실정과 부패로 설득력, 정통성 상실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경제난에서 비롯된 이란 주민들의 시위가 신권정치(신정)에 대한 거부로 비화하면서 이란 성직자들을 당혹게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각) 분석했다.

WSJ은 논평기사에서 "하메네이에 죽음을" "로하니에 죽음을" "우리는 결단코 이란을 되돌려 놓을 것" 등 시위대의 구호로 이슬람 성직자들이 불안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위대는 또 "헤즈볼라에 죽음을" "가자와 레바논은 아니다. 우리 삶은 오직 이란을 위한 것"의 구호를 통해 자국의 빈약한 자원을 아랍분쟁에 소모하는 데 집중 반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을 통치해온 이슬람 신권정치가 누적된 실정과 부패로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면서 그 정통성을 상실한 상태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마크 두보비츠 회장과 레이 타케이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1일 WSJ 공동기고를 통해 이란 신정지도부가 그동안 대외적인 모험주의에 치중함으로써 국민의 생활을 곤경에 빠트림으로써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슬람공화국의 근본을 흔든 지난 2009년의 이른바 '녹색운동' 반정부 시위와 2013년 온건파 하산 로하니 대통령 선출을 거치면서 그동안 내재해온 이란 주민들의 변화 욕구와 이슬람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마침내 분출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들 전문가는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 지도부가 그동안 국내 시위가 발생할 때마다 그 정통성과 권위에 타격을 받아왔다면서 특히 국민의 기대를 모아온 로하니 대통령 정부마저 강경파에 밀려 개혁에 실패함으로써 이슬람 신권정치의 존립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란 성직자와 혁명수비대 등 국정을 장악한 보수파들은 한정된 국가 자산을 경제개선 대신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시리아 등 대외 혁명 활동에 투입함으로써 국민 생활을 핍박에 빠트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란의 강경파들은 국내 정치 위기 때마다 정치적 자유 대신 경제 정의 실현을 내세워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해 왔으나 이제는 이것도 먹힐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로하니 정부는 서방과의 핵 합의를 통해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로부터 수백억 달러의 각종 동결 자산을 회수했으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고위성직자들과 혁명수비대가 이를 대부분 생산활동이 아니라 대외 모험주의 활동에 투입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로하니 정부는 국민에 약속한 정치, 경제 개혁 공약을 실천하는 데 실패했고 그의 중도통치 실험도 붕괴했다. 기대를 모았던 로하니 정부마저 실패함으로써 이제는 이슬람 정권이 국민을 설득할 정치적 명분도, 요인도 상실한 최대 난국에 처해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이슬람공화국은 이제 시대에 맞지 않은 역사적 유물로 전락한 셈이라고 이들 전문가는 일축했다.

마치 소련의 마지막 순간처럼 이란은 이슬람공화국의 이상을 더는 국민에 호소할 수 없는 상황이며 이제는 국민의 지지가 아닌 보안세력에 유일하게 생존을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전문가는 이는 이념적 구성을 통해 형성된 신권정치에는 치명적 타격이라고 지적하면서 자신들의 폭력을 묵인할 수 있는 미래의 비전을 상실함으로써 정통성의 위기를 치유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쳐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란 내 민주주의 세력을 지원할 것을 촉구하면서 녹색운동 당시 침묵을 지켜 비판을 받았던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압박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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