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원조중단' 압박에 파키스탄 발끈…"미국은 불신만 줘"
테러리스트 소탕 놓고 갈등 심화…파키스탄 "원조 세부사항까지 공개하겠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해 첫 트위터를 테러리스트의 피난처 역할을 하는 파키스탄에 대한 원조를 끊겠다고 위협으로 시작한 가운데 파키스탄 정부가 "미국이야말로 불신과 욕설만 줬다"고 반박했다.
1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쿠람 다스티지르-칸 파키스탄 국방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파키스탄은 미국의 '반테러 동맹'으로서 지난 16년간 알카에다를 소탕할 수 있도록 지상과 상공에서의 통신, 군기지 등을 지원하고 정보 분야에서도 협조했지만 미국은 "불신과 욕설만 줬다"고 맞받아쳤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파키스탄을 겨냥해 "미국은 어리석게도 지난 15년간 파키스탄에 330억달러가 넘는 원조를 했으나 그들은 우리의 지도자들을 바보로 여기며 거짓말과 기만밖에 준 것이 없다. 그들은 우리에게 도움은 크게 주지도 않으면서 우리가 잡으려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 더는 안된다!"며 원조 중단을 시사하자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게시된 이후 라즈 샤 백악관 대변인은 의회가 2016회계연도에 이미 승인한 파키스탄에 대한 군사 원조 2억5천500만달러를 집행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미국의 이같은 대응은 예견된 일이라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
미국은 파키스탄이 군부, 특히 정보기구를 중심으로 겉으로는 서방의 탈레반 소탕작전에 협력하는 듯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이들을 비호하는 이중 정책을 편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줄곧 파키스탄에 대해 탈레반 연계 조직인 하카니를 지원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비난해왔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미 지난해 8월부터 파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 극단주의자 소탕을 위해 더 기여할 것을 종용하며 군사 원조도 중지한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 전략 연설에서 파키스탄이 아프간 탈레반 등 테러범을 계속 은닉하고 있다면서 이들을 계속 은닉할 경우 "많은 것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지난달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한 자리에서 파키스탄이 테러리스트 조직에 피난처를 제공하는 파키스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경고장을 날렸다고 언급, 양국 간 동맹 관계에 균열이 있음을 암시했다.
미국의 이같은 조치에 파키스탄은 2일 각료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카와자 무함마드 아시프 파키스탄 외교장관은 자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그간 파키스탄에 제공한 원조 내역의 '모든 세부 사항'까지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아시프 장관은 파키스탄이 이미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다고 강조한 뒤 "미국에 더는 못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더는 안된다'는 발언이 중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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