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뭄에 허덕였던 알프스 올 겨울은 '눈풍년'

입력 2018-01-01 20:49
눈 가뭄에 허덕였던 알프스 올 겨울은 '눈풍년'

스위스 12월 기록적 눈…伊 돌로미티에선 몇 년 만에 '진짜 눈' 스키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지난 겨울 극심한 눈 가뭄에 시달렸던 알프스 일대에 올겨울은 많은 눈이 쏟아지면서 인공 눈이 아닌 진짜 눈 위에서 스키를 타는 일이 화제가 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스위스 공영 RTS에 따르면 지난달 8일부터 16일까지 알프스 산간 지역에서는 거의 매일 눈이 내렸다. 12월 중순 스위스 알프스 지역의 눈 두께는 평년의 1.7배를 기록했다.



스위스 중부 시옹에서는 지난달 10일 24시간 동안 60cm의 눈이 내렸는데 이는 1971년 11월 22일 43cm 적설량을 훨씬 넘어선 기록이다.

이탈리아와 접한 티치노 지역에서도 지난달 12일 40cm의 눈이 쏟아졌다.

지난 겨울 스위스 알프스 지역에서는 극심한 눈 가뭄 때문에 스키장 개장까지 늦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인공 눈을 뿌려 겨우 스키 코스를 만들기도 했다.

프랑스어권인 서남부 지역에서는 12월 내내 한 번도 눈이 오지 않았다.

2016년 12월 스위스의 강수량은 2.0㎜로 1864년 기상 관측 이래 12월 강수량으로는 가장 적었다. 스위스에서는 150년만의 12월 가뭄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한편 올해는 알프스 산맥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많은 눈이 내리면서 진짜 눈 위에서 스키를 타는 모습이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달 10일 이탈리아 북부 산악지대인 돌로미티에서 인공 눈이 아닌 진짜 눈이 쌓이면서 스키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다고 전했다.

돌로미티 지역은 19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겨울이면 적설량의 차이는 있어도 늘 눈이 쌓여 있었지만 최근 20여 년 동안은 겨울에도 풀밭과 맨땅이 그대로 보이는 날이 더 많았다.

이 지역 관광 당국은 눈이 적어지자 1980년대 후반 막대한 시설 투자로 인공 눈을 만들어 스키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지난 겨울에는 20도에 가까운 날씨 속에 관광객들이 인공 눈 위에서 스키를 타기도 했다.

40년간 이곳에서 스키 강사를 하는 귄터 아우어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몇 년 만에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 쉽게 적응이 안 될 정도다"라고 말했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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