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벌이' 첨병 북 노동자 450명, 여전히 폴란드서 일해"
19개 기업서 고용…NYT "강제노동으로 번 돈 대부분 노동당으로 유입"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폴란드의 발트해 연안에 자리 잡은 한 외딴 조선소.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작업복을 입은 한 남자가 용접봉을 들고 오일탱크를 만들고 있었다. 이 오일탱크는 네덜란드 고객이 주문한 제품이었다.
자신이 북한에서 왔으며 여기서 일한 지 "꽤 됐다"고 말한 이 남자는 기자와의 대화를 더 이어가지 못하고 불안한 표정으로 서둘러 자리를 떴다.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폴란드 조선소의 이 용접공과 같은 북한 노동자들이 외화벌이 목적으로 세계 각국에 파견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주로 벌목과 채광, 건설 현장에서 일해왔으며, 월급의 30∼80%가 북한 노동당으로 보내진다고 NYT는 설명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달 22일 휘발유·경유·등유를 아우르는 정유제품 공급량을 사실상 바닥 수준으로 줄이고, '달러벌이' 해외파견 노동자들을 2년 이내 북한에 귀환 조치토록 하는 내용의 '대북제재결의 2397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러한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미국이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중 하나인 폴란드에는 여전히 많은 수의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폴란드 정부에 따르면 폴란드 내 19개 이상의 기업이 여전히 450명가량의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 중이다.
NYT는 그러나 독일과의 국경 근처 조선소와 칠루호프 시내에 있는 선적컨테이너 회사 등 알려진 곳 외에 다른 곳에서도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폴란드는 취업 허가를 지방 정부에서 관할하는데 중앙 정부와의 협조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폴란드 내 북한 노동자 규모가 얼마인지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폴란드 지방정부들은 냉전 시대 때부터 구축된 북한과의 경제적 관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폴란드는 평양에 대사관을 유지하는 유럽 7개국 중 하나다.
유엔 등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이 파견된 국가는 40여 곳에서 최근 16곳가량으로 준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이 북한 노동자 문제와 관련해 폴란드 정부에 대해 강한 압박을 가하지 않는 점도 폴란드 내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계속 파견돼 일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EU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이후 특정 국가의 자주권 문제가 이슈화되는 것을 꺼리고 있어서다.
특히 폴란드의 우파 정부는 사법부에 대한 영향력 확대 시도에 대해 EU가 비난을 멈추지 않자 최근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폴란드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기숙사에서 집단으로 생활하며,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여성 노동자들을 감시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UN 및 북한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이들 북한 노동자들은 이동이 제약되고 있고 끊임없는 감시와 함께 급여마저 박탈당하고 있다.
통일연구원 추정에 따르면 14만7천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해외에 파견돼 일하고 있으며 이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연간 2억∼5억 달러에 달한다. 금수조치 등으로 쪼들리는 북한 정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NYT는 그러나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이러한 인권탄압에 대해 폴란드 정부가 정밀조사를 했지만 학대나 강제노동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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