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선교사들의 눈에 비친 조선인의 생활과 신앙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사제들의 글 엮은 '극동' 발간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요컨대 조선인은 소박한 심성에 선한 성품을 지닌 사람이고, 그를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조선인은 또한 극도로 붙임성이 있다."
"조선인들이 가장 흔하게 먹는 것은 단연 김치인데 이것은 조선 고유의 채소 절임으로, 그 시큼하고 지독한 냄새는 조선 곳곳에 배여 있다.…조선의 가정주부는 김치 항아리를 여러 개 갖고 있을수록 특별한 자부심을 느낀다."
한국문학번역원이 기획·지원하는 '그들이 본 우리' 총서 시리즈의 26권으로 출간된 '극동'(살림 펴냄)은 1930~1950년대 조선인의 생활상과 그들의 천주교 신앙을 외국인 선교사의 눈으로 담아낸 책이다.
조선에 파견된 천주교선교단체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소속 선교사들이 1933년 11월부터 1953년 12월까지 선교회 월간 기관지 '극동'에 기고한 일기와 보고서 형식의 글 총 86편을 엮었다. 1918년에 아일랜드에서 창설된 성골롬반외방선교회는 1933년 맥폴린 신부 등 10명의 사제가 부산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조선에서의 선교를 시작했다.
책에는 서울과 목포, 춘천 등 전국 곳곳에서 삶을 개척한 선교사들이 보고 겪은 조선인들의 모습과 그들의 생활 양식이 낯선 이방인의 시선에서 묘사된다.
한 선교사는 조선인들이 모이기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옛 유대인들을 닮았지만, 유대인의 장사꾼 기질이나 교활함도 없고 위선도 거의 갖고 있지 않다며 '소박한 심성에 선한 성품을 지닌, 극도로 붙임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구경거리가 생기면 순식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몇 시간이고 머무르는 군중 심리가 조선인의 독특한 기질로 묘사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부터 배움에 대한 사랑을 주입하는 부모의 교육열과 학교에 들어가려고 아우성치는 아이들의 향학열도 이방인의 눈에 낯설게 비쳐진다.
선교사들의 기록인 만큼 천주교 신앙이 어떻게 조선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는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기 선교사와 조선인이 어떻게 신앙을 영위하면서 천주교 전파에 힘썼는지 등도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일제강점기 명목상 스파이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3년을 지낸 신부의 이야기 등 당시 선교사와 조선 천주교도들이 당했던 박해에 관한 다양한 비화도 볼 수 있다.
기존 역사서에서 쉽게 다뤄지지 않았던 조선시대 나환자의 생활, 여성 천주교 신자들의 활동 등에 관한 기록도 있다.
박경일·안세진 옮김. 648쪽. 3만2천원.
hisunn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