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장난전화가 부른 경찰의 오인 총격…20대 사망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 주의 와치타 시에 있는 한 주택에서 인질극이 벌어졌다는 신고 전화가 911에 걸려왔다.
20대 청년이 아버지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하고 어머니와 형제, 자매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즉시 그 주택으로 출동했다.
집 앞에서 서성이던 20대 남성을 발견한 경찰관은 이 남성이 허리춤에 손을 갖다 대는 모습을 보고는 그를 저격했다.
경찰의 총탄을 맞은 이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건이 있기 전 경찰에 접수된 신고 전화 내용은 "한 남성이 가족과 심하게 다투다가 아버지를 총으로 쐈다. 다른 가족도 인질로 잡고 있다. 집안 곳곳에 휘발유를 뿌려놨다. 라이터를 들고 불을 붙일 기세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총격을 가한 뒤 들어가 본 집안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죽거나 다친 사람도 없었다.
와치타 경찰서의 트로이 리빙스턴 부서장은 "인질극 장난전화 때문에 우리 경관이 오인 총격을 가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CNN은 30일(현지시간) 무분별한 전화가 끔찍한 비극을 불러왔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 현지 KABC 방송은 로스앤젤레스에서 타일러 배리스(25)라는 용의자를 장난전화를 건 혐의로 체포했다.
배리스는 2015년에도 폭파 협박 거짓 신고를 한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는 인물이다.
배리스는 온라인 게임을 하다 1∼2달러 때문에 시비가 붙은 사람에게 앙심을 품고 장난전화를 걸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무책임한 신고 전화가 때때로 많은 이들을 위험에 빠트린다"고 말했다.
미국 경찰은 최근 대원들으로 하여금 오인 사격을 가하게 하는 장난전화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3년에는 미 영화배우 애슈턴 커처와 가수 저스틴 비버의 집에 총기 사건이 벌어졌다는 장난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상습적으로 장난전화를 거는 이들은 청각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텔레타이프 시스템(TYY)을 교묘하게 악용해 해당 전화가 실제 상황인 것처럼 믿게 하는 등 범행 수법이 날로 지능화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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