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매닝 "군사옵션은 위험한 사고…외교·제재 열려있어"

입력 2018-01-01 07:00
로버트 매닝 "군사옵션은 위험한 사고…외교·제재 열려있어"

연합뉴스 서면인터뷰 "현 수준 대북 제재는 미지의 영역…효과 기다려보자"

김정은 신년사 주목 "핵·미사일실험 유예 선언하고 대화 깜짝 제안할 수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이해아 특파원 =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1일 한반도 신년 정세에 대해 "아직 전쟁이 임박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에 대해 지금과 같은 수준의 종합적인 제재·압박을 가한 적이 없는, 가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인 만큼 효과가 나타날 시간을 좀 가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매닝 연구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군사옵션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위험한 사고'라고 규정한 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대화를 깜짝 제안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핵과 미사일실험의 유예를 선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방안을 미국 측에 제안한 데 대해선 "올림픽 기간을 긴장 완화를 위한 시간으로 쓰면 좋지 않겠는가"라며 "한미가 올림픽 기간 군사훈련을 연기하고 북한에도 도발 중단을 요구하면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난해 11월 말 북한의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발사 이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올해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내다보는가.

▲ 전쟁이 임박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 일부에서 대북 억제력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면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 미사일 보유에 맞서 군사 행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위험한 사고'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옵션을 실행할 가능성이 25∼30%라고 본다. 그러나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 최근 화성-15형 발사에 대해 '지금 당장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을 주목한다.

김정은은 재진입과 종말 단계 유도 분야에서의 기술을 아직 입증하지 못했다. 내 견해로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실전 배치 상태의 ICBM을 보유하는 데는 적어도 2∼3년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에게는 아직 효과를 발휘할 외교와 제재의 창이 열려 있다.

--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어떤 해법을 추구해야 한다고 보나.

▲ 김정은이 목표를 바꿨다고 낙관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나,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이 한발 물러서기 전 처음에 내걸었던 '조건없는 첫 만남'이 옳다고 생각한다. 비생산적일 수 있지만 어떤 것도 테이블 위에 올려질 수 있다. 처칠이 말한 것처럼 협상이 언제나 전쟁보다 낫다.

북한이 얼마나 많은 핵과 미사일을 어느 장소에 보유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선제타격을 하더라도 대량파괴무기(WMD) 중 일부만 파괴할 수 있을 것이고, 보복의 위험도 커질 것이다. 이는 많은 미국민을 포함해 서울에 있는 수천, 수만 명을 위험에 빠트리게 할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종합적인 대북 제재를 이전에 시도해본 적이 없다. 이는 미지의 영역이다. 그 효과가 나타날 시간을 좀 가져봐야 한다. 중국 등도 참여하는 제재가 북한 경제를 파괴하며 북한을 옥죌 수 있다. 우리는 행동하는 데 서둘러선 안 된다.

-- 레드라인은 무엇인가.

▲ 대기권 핵실험이 현실화되면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군사적 공격으로 대응하라는 압박이 많이 생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공격을 검토하게 될 경우, 이 문제를 동맹의 이슈로 다루지 않고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 및 회복을 위해, 그리고 자위를 위한 경우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유엔 헌장 7조를 인용해 한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선제공격이 정당방위라고 주장하지 않을까 두렵다. 이러한 우려가 기우이길 바란다.

-- 문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예정된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했는데.

▲ 좋은 생각이다. 이 기간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시간으로 쓰면 좋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선의의 몸짓이 될 것이고 한미가 북한보다 도덕적 우위에 서게 될 것이다.

한미가 올림픽 기간 군사훈련을 연기하고 북한에도 도발 중단을 요구하면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김정은에게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들을 보내라고 해서 해가 될 게 없다. 그렇게 하면 김정은 입장에서는 도발적 행동을 하기가 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한미는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대응할 수 있다.

-- 대북 노선을 둘러싸고 트럼프 행정부 내 혼선이 계속 빚어지고 있는데.

▲ 북한을 최대한 옥죄도록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적 전략인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 북한은 정말 혼란스러울 것 같다.

--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향후 어떻게 나올 것 같은가.

▲ 핵 무력 완성 선언은 그만큼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거나 외교를 위한 자락을 까는 것일 수 있다. 나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대화를 깜짝 제안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핵과 미사일실험의 유예를 선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길 기대한다.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