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트럼프 1년'에 12.8% 절상…13년 만에 최대폭

입력 2017-12-31 06:01
수정 2018-01-02 14:30
원화 '트럼프 1년'에 12.8% 절상…13년 만에 최대폭

절상률 42개국 중 5위…실질가치도 3.4% 올라 26개국 중 2위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한 올해 1년간 원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13% 가까이 절상되며 13년 만에 최고 절상률을 기록했다.

원화가 미국 달러화는 물론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절상돼 수출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3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과 국제결제은행(BIS) 등에 따르면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28일 1,070.5원에 마감하며 작년 말 1,207.70원보다 12.8% 절상됐다.

원화가 연간 기준으로 달러화에 대해 절상된 것은 2013년(1.4%)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절상률은 2004년 15.2%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원화 절상률은 한은이 집계한 주요 42개국 통화 가운데 5위 수준이다.

체코 코루나화와 폴란드 즈워티화가 각각 달러화 대비 20.3%와 20.0% 절상됐으며 헝가리 포린트화와 덴마크 크로네화는 14.1%와 13.7% 절상됐다.

42개 통화 가운데 4분의 3에 해당하는 32개 통화가 절상됐으며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17.0% 절하되는 등 10개 통화만 절하됐다.

물가를 반영한 원화의 실질가치도 지난 12개월간 상승했다.

원화의 BIS 실질실효환율지수(2010년 100 기준)는 11월 기준 121.1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작년 11월보다 3.4% 상승했다.

이는 유로지역을 제외한 26개 조사대상국 통화 중 멕시코 리라화(9.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캐나다 달러화의 실질실효환율지수가 지난달까지 12개월간 3.0% 상승하며 뒤를 이었다.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화의 실질가치는 각각 9.3%와 4.9% 하락했다.

BIS 실질실효환율지수는 미국과 일본, 영국, 호주, 유로지역 등 27개 교역상대국에 대한 각국 통화의 실질적 상대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로, 물가 변동이 반영됐다. 100보다 높으면 기준연도인 2010년보다 가치가 고평가됐고, 낮으면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올해 원화 가치가 예년이나 다른 국가보다 많이 절상된 것은 수출 호조세와 함께 당국의 소극적 외환시장 개입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1~10월 경상수지가 669억4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으며 직접투자와 증권투자 등 금융계정에서 순자산은 720억7천만 달러 증가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환율 조작국 지정을 우려해 한국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한 영향도 있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4월에 이어 10월 환율보고서에서도 한국을 교역촉진법상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교역 경쟁국인 대만은 관찰대상국에서 제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환시장을 담당하는 한은 고위 관계자가 이달초 인터뷰에서 "우리가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설 때 관찰대상국에 올라있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고 있다면 사실이 아닐 것"이라며 관찰대상국 지정이 외환정책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원화가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절상되면서 수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중소·중견기업 21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4.0%가 환율하락에 따른 어려움으로 환차손을 꼽았고 각각 10.9%가 수출 물량 감소와 계약 차질을 꼽았다. 영향이 없다는 응답은 4.2%에 그쳤다.

원화가 올해 위안화에 대해 6.1% 절상되고 엔화에 대해 9.1% 절상된 점이 수출업체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급 요인과 함께 캐나다 등과 통화스와프 체결, 미국의 관찰대상국 지정 등이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계속 관찰대상국에 포함될 수 있는 점이 원화 강세 요인이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금리 역전 가능성 등이 약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위원은 "원화가 엔화에 대해서는 상대적 강세를 지속할 수 있어 대기업을 포함해 일본과 수출 경합을 벌이는 업종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며 "중국 기업 등과 기술적 차별화가 미미한 기업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harris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