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In] 인구절벽에 신도시만 북적…인천 학교 재배치 '골머리'

입력 2017-12-30 08:00
[현장 In] 인구절벽에 신도시만 북적…인천 학교 재배치 '골머리'

학교 신설은 교육부 제동, 구도심 학교 이전은 주민 반대

신도시 학교 5곳 신설 예정…교육청, 교육균형발전 박차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전체 학생 수가 감소하는데 신도시의 인구만 증가하면서 인천 내 학교 재배치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인천 송도와 영종 신도시는 밀려드는 학생을 감당하지 못하지만, 구도심의 학교는 학생이 줄어 존폐 위기에 처한 곳도 있다.

30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내 전체 5개 중학교의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35.4명이다.

반면 송도를 제외한 구도심의 전체 11개 중학교 학급당 평균 인원은 29.1명에 그쳤다.

동구나 부평구를 비롯한 일부 구도심은 중학교 학급당 평균 20명대 초반에 머무르는 곳도 있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얼핏 신도시에 학교를 신설하면 해결될 것 같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정부는 저출산과 학생 수 감소가 이어지자 학교 신설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로부터 학교 신설 예산을 받아내기도 쉽지 않다.

학교 설립을 승인하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는 적정 규모 이하의 소규모 학교를 이전하는 조건으로만 학교 신설을 승인해주고 있다.

학교 수를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학생이 급감한 구도심의 학교를 옮기라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시 교육청이 요청한 학교 신설 승인율은 지난해 30%대에 그쳤다.



구도심 학교를 옮기는 방안도 마을 공동화를 우려하는 주민 반발에 부딪히기 일쑤다.

과밀 학급 해결책을 고심하던 시 교육청은 앞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구도심인 서구 봉화초교를 이전하는 계획을 내놨다.

주민들은 이전 반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구도심 학교가 이전하면 지역 간 불균형이 심해지고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공립학교 이전을 심의하는 시의회도 지역의 구심점이 되는 학교를 폐교·이전하면 구도심 공동화가 심해진다며 결국 지난해 말 안건을 부결했다.

구도심인 남구 용정초교를 서창2지구로 이전하는 계획도 같은 이유로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남구 주민들은 시 교육청에 폐교 반대 서명까지 제출하며 집단 반발했다.

상황이 이렇자 구도심과 신도시의 학생 수 양극화 현상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의 경우 2020년 6·8공구 공동주택 입주가 이뤄지면 중학교 학급당 평균 인원이 41.7명까지 급증할 것으로 시 교육청은 내다보고 있다.

반면 올해 4월 기준 인천 내 섬 지역과 구도심 초·중·고교 52곳은 최소한의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적정 규모 학교'에도 미치지 못한다.

교육부는 향후 적정 규모 학교로 만들어야 할 학교를 선정할 때 초교 240명 이하, 중·고교 300명 이하를 기준으로 삼았다.

학생 수가 최소한 이 정도는 돼야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나마 이달 교육부가 시 교육청이 요청한 학교 6곳 신설에 대해 5곳을 승인해주면서 신도시 과밀 학급의 숨통은 살짝 트이게 됐다.

시의회 심의를 통과하면 2019∼2021년까지 영종하늘도시 초교 1곳·고교 1곳, 송도국제도시 초교 1곳·중학교 1곳, 서창2지구 초교 1곳이 설립된다.

이에 따라 침체한 구도심 학교에 대한 활성화 방안이 문제로 남았다.

시 교육청은 내년부터 2022년까지 교육균형발전 기본계획에 따라 초·중·고교 111곳에 사업비 1천23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건립된 지 25년이 넘었거나 2012년 대비 학생 수가 20% 이상 감소한 학교 등이 지원을 받는다.

맞춤형 교육 지원, 인적 인프라 강화, 환경 인프라 확충, 지역사회 연계 등 4가지 과제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단순히 학생 수가 적다고 해서 학교를 폐교하거나 이전할 수는 없으므로 균형 발전 계획에 따라 지역 격차를 줄여나갈 것"이라며 "주변 정주 여건과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학교 재배치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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