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측 '체육관 전당대회' 우회카드 만지작…반대파 "꼼수"

입력 2017-12-29 11:57
수정 2017-12-29 12:07
안철수측 '체육관 전당대회' 우회카드 만지작…반대파 "꼼수"



통합파, 전대서 합당안 의결 전망 불투명하자 '온라인투표' 검토

반대파 "정당사 유례없어"…당규 개정과정서 양측 정면충돌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설승은 기자 = 국민의당은 29일 바른정당과의 통합 찬반을 묻는 전(全)당원투표 사흘째에 접어든 가운데, 벌써부터 전당대회 개최를 둘러싸고 찬반 양측의 물밑 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모습이다.

합당안이 최종 의결되려면 전대를 꼭 거쳐야만 하지만 전대 소집과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안철수 대표 측은 전대에 '온라인투표'를 도입해 이를 돌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기류를 감지한 반대파는 "정당사에 유례없는 꼼수"라고 반발하면서 전대를 저지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날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전당원투표 두 번째 단계로 ARS 전화투표를 시행한다. 앞서 27∼28일 시행된 온라인투표는 17.63%의 참여율로 마감됐다.

통합파는 투표율이 충분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 아래,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공식적으로 결정하기 위한 전대 개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친안(親安·친안철수)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물리적으로 체육관에서 전대를 열면 참석이 많이 어렵지 않나"라면서 "전자투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대에 이르는 과정에 험로가 예상되는 만큼, 국민의당 당헌상 전당대회 안건 의결을 '공인전자서명'로 할 수 있다는 근거조항을 활용해서 당규를 정비하고 합당 안건을 '온라인투표'로 통과시키는 우회전략인 셈이다.

다른 관계자도 "아직 절차를 언급할 단계는 아니지만, 전대를 전자투표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맞다"며 "전준위(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구성되면 거기에서 시행세칙을 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안 대표가 2월쯤을 통합 완료 시점으로 제시한 가운데, 통합파는 이를 조금 앞당겨 1월 말쯤 전대를 마무리하자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에 호남계를 중심으로 한 반대파는 온라인투표 추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YNAPHOTO path='PYH2017122014630001300_P2.jpg' id='PYH20171220146300013' title=' ' caption='지난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정당과의 합당안을 제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br>' >

'나쁜투표 거부운동본부' 대변인을 맡은 최경환 의원은 통화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편법적 방식으로 우회하면 전대가 결국 파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전당원투표를 둘러싼 효력 논란도 있는 상황에서, 막무가내 무대뽀로 밀어붙이는 이런 정치는 본 적이 없다"고 힐난했다.

다른 관계자도 "전자투표는 정당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것으로, 납득할 수 없는 꼼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안 대표 측이 전자투표 도입을 강행할 경우 절차적으로 이를 막아서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안파가 다수인 최고위원회 지도부가 당무위로부터 당규 제·개정 권한을 위임받아놓은 상황이어서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데에 통합파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반대파의 반발을 불러오면서, 전대를 열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중앙위원회 소집 등 단계에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찬반 양측은 이날도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반대파인 박주현 최고위원은 오전 최고위 회의에서 "당이 분열되고 분당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합당을 강행추진한 당권파에 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친안계 장진영 최고위원이 추가발언을 신청해 "투표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주장이 계속되는 점에 대해 굉장히 유감"이라고 반박하자 박 최고위원은 "기각 결정은 전당원투표가 합당에 대한 어떤 절차도 될 수 없다는,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취지의 판단"이라고 재차 쏘아붙였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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