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 17개·킹크랩 2마리 절도범…문재인 정부 '장발장 사면'

입력 2017-12-29 11:35
수정 2017-12-29 19:51
소시지 17개·킹크랩 2마리 절도범…문재인 정부 '장발장 사면'



'서민생계형' 맞춰 피해액 100만원 미만 생활고 절도사범 등 사면

교도소서 출산한 수형자도 사면대상…출소 때 유아용품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단행된 특별사면에서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생계형 절도 사범 등 불우한 환경의 수형자들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번 사면의 콘셉트를 '서민생계형'으로 정하고 그에 맞춰 사면대상을 정한 만큼 딱한 처지에 놓인 수형자들이 혜택을 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법무부에서 이번 사면을 '서민생계형'으로 진행하자고 건의했고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 건의를 충분히 고려해 사면의 콘셉트를 정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9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장발장 사면'을 이번 사면의 키워드 중 하나로 꼽았다.

함께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특별히 억울하게 수형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발굴하려고 애를 썼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면에는 생활고 때문에 식품·의류 등 생필품을 훔치다가 적발된 생계형 절도 사범 중 전체 피해 금액이 100만원 미만인 사건의 수형자가 포함됐다.

이번에 사면된 리모(58)씨는 야간에 슈퍼마켓에 들어가 소시지 17개와 과자 1봉지를 훔쳐 징역 8월형이 확정돼 수형 중이었다.

사면심사위원회는 리씨가 초범인 데다 훔쳐간 물건들이 회수됐다는 점 등을 고려해 사면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계형 절도 사범 중에는 시가 5만원 상당의 중고 휴대전화를 훔치고 징역 6월형을 받은 수형자와 킹크랩 2마리를 훔치고 역시 징역 6월형을 받은 수형자도 있었다.

사면대상에는 유아를 데리고 수형 생활을 하는 부녀자 중 수형 태도가 좋고 재범 위험성이 작은 모범 수형자 2명도 이름을 올렸다.

그중 한 명인 한모(28)씨는 1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1년2월형을 받은 뒤 교도소 안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YNAPHOTO path='PYH2017122908270001301_P2.jpg' id='PYH20171229082700013' title='문재인 정부 첫 특별사면 발표' caption='(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문재인 정부 첫 특별사면을 발표하고 있다. jeong@yna.co.kr' />

법무부는 한씨가 출소 후 자신의 부모와 함께 살며 딸을 양육할 의지가 보인다는 점을 고려해 남은 형기인 4개월 18일의 집행을 면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이 사면된 유아 대동 수형자가 출소할 때 유아용품을 따로 준비해서 줄 수 있게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지속해서 폭력에 시달리다가 우발적으로 대항하는 과정에서 인명침해를 저지른 수형자 역시 사면 명단에 포함됐다.

이모(53)씨는 30년간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술에 취한 남편의 얼굴을 쿠션으로 눌러 사망하게 해 징역 4년형을 받고 수형 중이었다.

그러나 선처해 달라는 유가족들의 탄원 등을 참작해 남은 형량인 9개월 8일의 집행을 면제받게 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사면대상 중 형기를 ⅔ 이상 채운 수형자는 잔형의 집행을 면제했고 형기가 ½ 이상 ⅔ 이하로 남은 수형자는 남은 형기의 절반을 감형했다"고 밝혔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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