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한반도엔 "새롭고 불안정한 핵 억지의 시대 전개될 듯"

입력 2017-12-28 17:04
새해 한반도엔 "새롭고 불안정한 핵 억지의 시대 전개될 듯"

美 안보분석 업체 "대북 예방공격 배제할 순 없지만, 가능성 작아"

"트럼프, NAFTA 파기는 못 해도 한국과 FTA는 파기할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2018년, 북한이 실제 작동하는 핵 억지력을 달성하면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예방적 군사공격을 피하고 봉쇄 정책을 채택하게 될 것 같다"



미국의 외교안보분석업체 스트랫포가 새해 지정학적 기상을 예측하면서 북한 핵 문제를 첫 화두로 내세우고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미국은 아마도 값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는 대북 예방적 타격을 피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의 핵 억지력 완성에 대해 미국은 봉쇄와 대북 억지력 강화에 나서게 됨으로써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새롭고, 불안정한 핵 억지의 시대"로 전개될 것이라고 스트랫포는 지난 26일 자 연례 예측 보고서에서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새해 지정학적 4대 흐름으로 또 중국과 러시아 간 제휴를 통한 미국 패권에 대한 도전의 증대, 한국, 중국, 일본, 멕시코에 대한 미국의 공격적 무역 정책 추구, 세계 석유 시장의 회복세 속에 원유 감산을 위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고군분투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새해는 약간의 좋은 뉴스로 시작할 것"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세계 경제 성장 예측치 3.5% 이상을 지적했다.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뿌리째 흔들린 지 10년 만에 마침내 전 지구적 국내총생산이 회복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드러난 세계 경제 저변의 구조적 문제점 다수가 상존하기 때문에 회복세가 과거의 경기 순환주기보다 취약할 것이며, 게다가 한반도 위기, 지구적 무역전쟁 위협, 중동의 불안정, 중국과 이탈리아의 채무 우려 등 "다수의 지정학적 위험 요소들로 인해 경제 회복이 갑자기 단명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각종 세계정세 시나리오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새해 취할 결정 가운데 파장 면에서 가장 중대한 결정이 북한의 핵무기를 어떻게 다루느냐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새해 예측 가운데 한국에 직접 관련된 대목의 요지

▲북핵 대처

북핵 프로그램을 파괴하기 위한 미국의 예방적 타격의 시간의 창이 빠르게 닫히고 있다. 예방적 타격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에 따르는 세계 경제 침체 등 값비싼 대가로 인해 미국은 북한의 핵 억지력 보유라는 불편한 현실을 감수할 공산이 더 크다.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들이 북한을 봉쇄하는 정책을 택함으로써 새해는 새롭고 불안정한 핵 억지 시대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북한은 새해에도 장거리 미사일의 재진입과 유도 기술 향상을 위한 실험을 하고 일본 너머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장거리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 시험의 실시를 고려하거나 태평양 상공에서 핵폭탄 시험을 고려할 것이다. 전망이 다양하게 엇갈리지만, 많은 전문가는 북한이 2018년엔 실제 가동할 수 있는 핵 억지력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속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 무력을 무력으로 억제할 것이냐 아니면 억지 전략을 통해 관리해 나갈 것이냐 하는 중차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 이 문제가 새해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염두를 차지하겠지만, 궁극적으론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보좌진의 몫이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적은 시나리오는 북한에 대한 예방적 군사 타격이다. 그에 따른 파괴적 결과엔 역내 무역의 붕괴와 그것이 전 지구적 경제에 미칠 충격파, 한국과 일본에 대한 북한의 보복 공격이 있다. 중국의 한반도 개입 여부에 따라선 미국과 중국 간 충돌도 있을 수 있다.

미국이 군사 타격 쪽으로 기운다면, 여러 가지 사전 징후들이 나타날 것이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핵심 금융기관과 기업들에 대한 혹독한 제재,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군사 장비 이동(2~3개 항모 전단의 한반도 주변 수역 장기 배치, 역내 정보·정찰·감시 자원 증강, 스텔스 전투기 등의 근접 재배치, 잠수함의 빈번한 배치, 한국 정규군과 예비군 동원) 등이다.

물론 이런 조치 없이도 미국은 기존 아시아태평양 배치 무력만으로도 북한에 대해 제한 공격을 가할 능력이 있다.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요격 시도가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막대한 비용과 시간적 여유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은 봉쇄와 억지라는 선택안을 취할 공산이 더 크다. 봉쇄는 북한 정권의 경제적 고립을 노린 것이고, 억지는 미사일방어망과 대북 감시 체제의 점진적 증강, 미국과 동맹국 간 군사 결정 채널의 압축 등으로 나타날 것이다.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면 미국은 가장 중요한 동맹국들인 한국과 일본의 결의를 다지려 할 것이다. 한국이 대북 예방적 군사공격에 확고하게 반대하고 있으나 한국이든 일본이든 미국이 한다고 하면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이 예방적 공격을 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선택 가능한 대안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자유무역협정(FTA)

북한의 위협이 있다고 해서 한국, 일본, 중국이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 공세를 비켜갈 수는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위기와 무역 문제를 구분해 다루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자동차, 전자, 농업 분야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려 하면서 극단적으론, 협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 FTA를 파기할 수도 있다.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 미국은 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와 한국 경제 간 관계는 미국 경제와 멕시코 경제 간 관계보다 고리가 약하기 때문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행동에 대한 의회와 법률적 견제 장치가 작동해 유지될 가능성이 더 크지만, 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은 한 오라기 실에 매달린 형국이다.

한국은 북한의 위협 앞에서 미국과 관계를 위험에 빠뜨릴 생각이 없지만, 이런 결과가 빚어지면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고, 중국 같은 나라들에 한·미 관계를 이간하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y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