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올림픽' 인도 루지 선수 "히말라야에서 맹훈련했죠"

입력 2017-12-28 16:48
'6번째 올림픽' 인도 루지 선수 "히말라야에서 맹훈련했죠"

16세이던 1998년 첫 올림픽 출전…"포기하지 않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같은 썰매 종목은 오랫동안 유럽이나 북아메리카 선수들의 전유물이나 다름 없었다.

최근 들어 한국이나 일본 같은 아시아 선수들도 일부 두각을 나타냈지만, 그 이외의 나라에서는 국제대회에서 상위권에 오르는 선수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출전하는 선수도 드물다.

인도 역시 썰매 강국과는 거리가 멀지만, 인도 국기를 가슴에 단 루지 선수 한 명이 꾸준히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고 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인도 매체 '리틀 인디아'는 28일(한국시간) 개인 통산 6번째이자 마지막 올림픽이 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준비 중인 루지 선수 시바 케샤반(36)의 소식을 다뤘다.

인도인 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케샤반은 인도의 명문 사립 기숙학교를 다니던 14세에 루지를 처음 접했다.

루지 세계화 운동을 벌이던 오스트리아인의 눈에 띄면서다.

이 오스트리아인은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의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도전기를 그린 영화 '쿨러닝'을 보여줬고, 케샤반은 큰 자극을 받았다.

금세 두각을 나타낸 케샤반은 만 16세이던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루지 역사상 최연소 올림픽 출전 기록이다. 인도인 최초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는 이후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등 지금까지 5차례 동계올림픽에 참가했다.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을 앞두고는 어머니의 나라인 이탈리아 대표팀 제의를 받았지만 단호하게 거절했다.

케샤반은 "처음 올림픽에 출전했을 때 사람들이 인도 출신 루지 선수를 매우 신기해했다"며 "세계인들은 히말라야 산맥은 잊은 채 인도를 열대 국가로만 생각하더라"고 말했다.

훈련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정부의 지원을 조금도 받지 못한 케샤반은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맥 일대에서 바퀴가 달린 썰매를 타고 사람이나 가축, 자동차가 다니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맹훈련했다.

오랜 썰매 역사를 자랑하고 정부 지원으로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유럽이나 북아메리카 선수들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케샤반은 그간 5번의 동계올림픽에서 모두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그는 최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열린 루지 월드컵에서 포인트를 쌓아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평창올림픽에서도 시상대 위에 선 케샤반의 모습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루지 선수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싶다"면서 어느덧 눈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 개막을 학수고대하며 지금도 굵은 땀방울을 쏟고 있다.



ksw0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