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판 '왕자의 난' 결말은…동생이 이동통신사업서 손뗀다
동생 아닐 "철수" 선언…형 무케시의 공격적 전략에 자산매각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인도판 '왕자의 난'으로 불렸던 재벌 암바니 형제간의 싸움이 형 무케시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미국 CNN머니에 따르면 동생 아닐 암바니가 이끄는 인도 거대 통신업체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은 자산 대부분을 팔고, 이동통신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고 지난 26일(현지시간) 밝혔다.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은 갈수록 경쟁이 격화되는 인도 모바일 시장에서 채무불이행 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겪다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회사는 70억 달러(7조5천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청산하기 위해 주파수 대역폭과 뉴델리·뭄바이·콜카타 등에 있는 4만3천개의 기지국, 부동산을 처분할 계획이다. 처분 작업은 내년 3월께 마무리될 전망이다.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을 이러한 위기로 몰아놓은 장본인으로는 아닐의 형인 무케시가 지목된다.
인도 최고 갑부인 무케시는 릴라이언스 그룹의 창업주인 부친 디루바이 암바니가 지난 2002년 사망하자 아닐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다 어머니의 중재로 그룹 주력인 석유와 가스, 석유화학 부문을 맡았다.
동생 아닐은 대신 전력과 통신, 금융부문을 보유하게 됐고, 무케시는 동생의 영역인 통신분야에 진입하지 않기로 가족과 합의했다.
하지만 인도 이동통신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무케시는 릴라이언스지오라는 업체를 설립하고, 지난해 9월 이동통신시장에 진출했다.
릴라이언스지오는 무료 4G 피처폰인 '지오폰'과 무료 음성통화, 저렴한 데이터 사용료를 내세워 서비스를 개시한 지 2년도 되지 않아 1억5천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하지만 릴라이언스지오의 공격적 '공짜' 마케팅으로 인도 모바일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는 동생이 이끄는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의 몰락을 이끌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이에 아닐은 "공짜 마케팅과 파괴적인 가격, 과도한 경쟁이 통신업계의 위기를 만들어냈다"며 불만을 표출해왔다.
또 이날 사업 철수 계획을 밝히며 "이동통신시장은 10여개 업체가 있을 곳이 아니다"라며 "2∼4개 사업자가 적당하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현재 인도 이동통신시장은 지난 10월 노르웨이 통신회사 텔레노어를 인수한 바티에어텔이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영국 보다폰도 올해 인도 현지사업자인 아이디어셀룰러와 합병해 바티에어텔에 이어 2위 지위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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