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여성 고문기술자…보스니아서 전범혐의로 14년형
'삶과 죽음의 여주인' 별칭…미국서 20년 잠수타다 본국송환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이마에 십자가 새기기, 깨진 유리 위에서 포복시키기, 휘발유 마시게 한 뒤 손과 얼굴에 불붙이기….
보스니아 법원이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계 민간인 등을 고문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 여성에 대해 유죄로 판단, 14년형을 선고했다고 27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삶과 죽음의 여주인'으로 불린 아르자 바시츠(58)에 대한 이 같은 형량은 보스니아 내전 당시 저질러진 잔혹 행위와 관련해 여성에게 내려진 최고형이다.
법원은 바시츠에 대해 "특별히 잔혹한 행위를 저질렀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보스니아계 크로아티아군의 일원이었던 바시츠는 1992년 4월을 전후로 한 크로아티아 군의 세르비아 민간인들에 대한 고문에 참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녀는 포로의 이마에 십자가를 새기고, 휘발유를 마시게 한 뒤 얼굴이나 손을 불을 붙이거나 벌거벗긴 채 깨진 유리 위를 기어 다니도록 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법원은 그녀가 감금된 포로의 목을 찔러 살해한 죄를 가장 심각한 혐의로 판단했다.
바시츠는 지난 2011년 체포될 때까지 20년 가까이 미국에서 가명을 쓰고 살았다. 친구들은 그녀에 대해 "아주 친절하게 매우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보스니아 내전은 1995년 미국의 중재로 중단될 때까지 4년 가까이 지속됐으며 최소 10만명이 사망했다.
지금까지는 빌라냐 플라브시치(87)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전 대통령이 전 유고 연방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전범으로 남아 있다.
플라브시치는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서 인종청소 등 전쟁범죄 혐의가 인정돼 지난 2003년 11년형을 선고받고 스웨덴에서 복역하다가 2009년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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