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규 위원장 "위안부합의, 국가간 의무 규정하는 조약아냐"
검토보고서 발표 일문일답…외교부 의견 미반영 묻자 "진짜 저도 알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의 오태규 위원장은 27일 합의와 관련해 "저희들은 '국가 간에 어떤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조약은 아니다'라는 것은 확실하게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검토 보고서 발표 브리핑에서 한일 위안부합의의 성격을 묻자 이렇게 말한 뒤 "(하지만) 외교부 장관은 나라를 대표하는 성격을 갖고 있으니까 '어떤 공적인 무게가 있는 합의였다', '정치적 합의였다'고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과의 협의 과정에 외교부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진짜 저도 알고 싶은 부분이었다"면서 "우리는 서류를 통해서 이렇게 (의견이) 올라간 것은 확인했고 또 그것이 반영되지 않은 어떤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것이 왜 안 됐는가의 부분은 앞으로 외교부가 일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교훈으로 삼아서 갈 일이라고 저는 본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오태규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요지.
--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어디까지 접촉·면담했나.
▲ 위안부 합의가 두 축으로 되어있지 않나. 국장급 협의 축이 있고 고위급 협의 축이 있다. 두 협의에 대해 핵심적으로 관여했던 분들은 다 면담했다. '누구를 했다, 안 했다'라고 여기서 밝힐 수는 없다. 안 밝히는 것이 좋다고 저는 생각된다. 다만 이병기 실장의 경우는 면담 날짜를 잡았었다. 그런데 바로 직전에 국정원 관련 사건이 터지면서 면담이 무산됐다. 본인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면담을 응하려는 자세를 가졌었는데 저희도 참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 보고서를 어떻게 읽으면 위안부 합의에 미국도 영향을 끼쳤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어떤 영향이 있었다는 부분을 어느 내용에서 확인했나.
▲ 저희들이 쓴 그대로만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바깥에서, 언론이나 이런 데서, 미국이 상당히 많은 관여를 해서 위안부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해설과 분석이 나왔는데, 저희들이 살펴본 바에 따르면 '한일이 좀 협력을 잘 했으면 좋겠다'는 이런 수준 이상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런 정도의 표현이 가장 적절하겠다고 판단해서 쓰기로 했다.
-- 이병기 실장이 일본 측을 만날 때 외교부 인사도 배석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면적으로 고위급 협의에 배제되었던 것인가.
▲ 그것은 약간의 오해일 수도 있고 착오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외교부 직원이나 아니면 다른 산자부 직원이나 어느 부처의 직원이 청와대로 파견을 가면 청와대 소속 기관의 어떤 직원(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렇게 표기를 한 것이지 그런 사실을 모르고 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외교부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말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 보고서에 합의 성격에 관해서 조약이 아니라 정치적 합의라고 명시했다. 향후 협상국면을 염두에 두었나.
▲ 합의의 성격은 저희들은 아주 고심해서 쓴 표현이다. 어떤 앞으로의 대책의 방향성을 얘기한 그런 것들은, 전혀 그런 고려는 없었다. 이 합의가 어떤 성격이냐는 무척 중요하지 않나. 법률 전문한 분들도 상당히 많이 TF에 있었기 때문에, '조약은 아니다.' 그러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냐? 그것은 아니다. 두 외교장관이 기자회견에서 공동으로 발표를 한 내용을 아무 것도 아니라고 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공식적인 합의다.'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 합의의 법적 구속력 부분은 어떻게 판단했나.
▲ 저희들은 그것을 판단하지 않았다. 규정을 해 놓으면 그 다음에 그것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는 정부의 몫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
- 일본은 이행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 주장과는 다른 약간 수위가 낮은 합의로 보나.
▲ 일본의 어떤 입장에 대해서 말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 하여간 저희들은 '국가 간에 어떤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조약은 아니다'라는 것은 확실하게 확인한 것이다. 외교부 장관은 나라를 대표하는 성격을 갖고 있으니까 '어떤 공적인 무게가 있는 합의였다', '정치적 합의였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다.
-- 일본 정부가 내는 돈이 10억 엔으로 정해진 것이 객관적 산정 기준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당시에는 이건 어떤 기준에 따라서 산정이 됐나
▲ 저희들이 그 기준을 몰랐기 때문에 산정기준에 따르지 않았다,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기준없이 상대방이 부르는 대로 우리가 받은 거라고 보면 되나
▲ 그 말씀에 대해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예를 들어 우리가 보통 어떤 돈을 얼마씩 받는다 하면 무엇을 위해서 '어떤 용도로 얼마', '어떤 용도로 얼마' 이래야 하지 않나. 그런 기준이 있어야 될 것 아닌가. 그런데 그 기준에 대해 논의 한 어떤 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
-- 고위급 합의 내용에 외교부가 의견을 냈는데 거의 반영되지 않다고 했다. 왜 이렇게 주무부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나. 또 이번 보고서를 통해 향후 정부가 어떻게 해나가야 한다고 보나.
▲ 진짜 그것 저도 알고 싶은 부분이었다. 우리는 서류를 통해서 이렇게 (의견이) 올라간 것은 확인했고 또 그것이 반영되지 않은 어떤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것이 왜 안 됐는가의 부분은 앞으로 외교부가 일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교훈으로 삼아서 갈 일이라고 저는 본다.
-- 피해자나 관련 단체에 구체적 설명이 없었던 이유에 대한 당사자 설명이 있었나. 윗선으로부터 자세한 내용들을 알리지 말라는 별도의 지시가 있었나.
▲ 어디에서 알리지 말라는 지시 같은 것이 있었다면 아마 (보고서에) 썼을 것이다. 외교부가 생각하는 피해자 중심적 접근과 일반 시민사회가 생각하는 피해자 중심적 접근의 간격이 상당히 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접촉을 많이 했다고 해서 그게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라고 하면 안 되겠다, 앞으로는 그들의 목소리를 진짜 깊숙이 들을 수 있는, 그리고 그런 기준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하면서 나아가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본다.
-- 어떤 내용을 비공개로 합의한다고 명시하고 그런 내용을 담은 문서가 있나.
▲ 합의가 있으면 양쪽 외교장관이 나와서 '발표하는 내용', '발표하지 않는 내용',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다. 발표하지 않는 내용을 저희들은 비공개 부분이라고 얘기를 한 것이다.
--비공개 부분과 관련해 합의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할 정도의 수준인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궁금하다.
▲ 보고서를 쓰면서 판단을 안 하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예를 들어 '가치'가 들어가는 말들은 처음에는 많이 썼는데 나중에 토의를 하는 과정에서 다 걸러내면서 '뼈다귀'만 남게 썼다. 사항의 나열을 통해서 여러분들이 해석할 수 있게 썼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지원금을 받으신 분들이 계시다. 이분들도 합의에 반대하는 피해자로 상정한 것인가.
▲ 돈을 '받았다', '안 받았다'로 합의를 찬성한다거나 반대한다고 보는 논리가 맞는지 우리가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 된다. (피해자가) 돈을 받으면 (가해자의) 모든 죄가 사해지는 것은 아니지 않나. 사람의 어떤 조건에 따라 받을 수도 있고, 안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돈을 받은 것은 합의를 수용한 것이다'로 판단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의문을 다시 한번 가져야 될 때라고 생각된다.
-- 피해자들의 의견도 구체적인 대응 방침에 대해 나뉜다.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것의 정의에 대해 피해자들 사이 의견이 다를 때 어떻게 판단해야 한다고 보나.
▲ 모든 문제는 하나의 원칙이 있으면 구체적인 현실에서는 바로 즉각적으로 대응이 안 되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것들의 한 쪽만을 보면 저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라는 것은, 이제까지 성폭력 문제나 전시 성폭력 문제에 관해 어떤 원칙을 갖고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가 하는 기준과 규범을 쌓아온 것이 아니겠나. 그런 원칙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때 바로 즉각적으로 전면적으로(적용) 된다면 바로 맞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을 것이다. 그래서 구체적인 사람들의 반응과 규범이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저희들은 그 규범과 실질적인 피해자들의 의견을 동시에 다 같이 중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 어떤 권한을 별도로 받아서 관련 문서를 열람했나. 법적 부분은 어떻게 해결했나.
▲ 법적인 부분은 완벽하게 해결됐다고 저는 생각한다. 항상 자료를 열람할 때마다 비밀 보안 서약 쓰고, 다 그 규정에 따라 열람했다. 심지어 자료를 보면서도 실질적으로 복사, 필기, 촬영도 못했다. 그래서 시간이 엄청 걸린 것이다. 제가 볼 때 실질적으로 이런 작업은 다른 TF가 작업하는 것의 10배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자료 부분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보완절차를 거쳤다.
-- (한국처럼) 협상 과정을 공개하는 정부와 앞으로 협상하기가 어렵다는 반응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논의가 있었나.
▲ 외교적인 문제와 국민이 너무나 알고 싶어하는 문제, 이것을 어떻게 조화시킬까 (논의했다.) 그래서 저희 TF는 어떤 경우는 국민에 이 정도는 외교적인 부분에 약간 손상이 가더라도 알려줘야 된다고 판단했고, 어떤 부분, 경위 같은 부분은 미주알고주알 해봤자 국민에게 크게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를 읽어보시면 어떤 부분은 국민의 알권리를 상당히 중시했구나, 어떤 부분은 국제적인 예양을 중시했구나, 눈썰미가 좋은 분들은 다 알지 않을까 기대하고 썼다.
-- 결론 작성시까지 외교부와의 사전 검토 절차가 있었나
▲ 이번 TF는 우리 TF 위원 자체로 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해 냈다. 그래서 좀 자부심이 있다. 외교부는 지원을 해줬다. 의견을 내지는 않았다.
-- TF에서 '이면합의 아닌가'하는 지적이 있었을 것 같다
▲ TF 안에도 법률하시는 분들이 몇 분 계셔서 상당히 많은 부분에 토론과 의견을 교환했다. (하지만) '이면합의'라는 어떤 법률 용어로 정의되는 것이 없었다. 전문가들한테 물어봐도 그랬다. 그래서 있는 대로 '비공개 내용', 이렇게 쓰는 것이 가장 정확한 용어의 사용이 아닐까 판단했다.
-- '불가역적' 표현이 처음에는 사죄를 수식하는 것으로 우리 정부가 제안했다가 해결을 수식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TF내 관련 논의가 있었다면.
▲ 사죄의 불가역성, 그러니까 사죄를 한 번 하면 다시 사죄를 되돌릴 수 없게 한다는 그 얘기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라고 저는 본다. 그런데 처음에 그렇게 주장을 했으면 끝까지 관철돼서 따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결국은 맥락이 전혀 다른데 가는 것은 저희들도 사실 좀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 보고서에 '한국정부는 일본 측 법적 책임 인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어렵겠다고 보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했다'고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 두 가지(한일간 다른 입장)가 계속 가면 합의가 안 된다고 중간 어느 단계, 초기 어느 단계에서 그렇게 하고, 실질적으로 그 다음에 일본의 법적 책임을 해석해서 얻을 수 있는 부분으로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방향을 잡은 것이다.
-- 그렇다면 고위급 협의에서는 법적 책임 문제 관련해서는 전혀 논의가 없었던 것인가.
▲ 사실적인 법적 책임을 얻겠다는 그런 선에서 고위급 협의가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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