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한우 275마리 살처분…옥천 브루셀라 '진앙' 오명
지난 1월 첫 발생 뒤 반경 10㎞ 안 농장 8곳으로 급속 확산
병원균 광범위하게 번진 듯…전국 감염 소 절반 옥천서 나와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옥천에서 법정 가축전염병(2종)인 소 브루셀라 발병이 꼬리를 물고 있다. 올해에만 한우농장 8곳에서 15차례 병이 발생해 275마리의 소가 살처분됐다.
옥천군은 지난 12일 옥천읍 삼청리의 A농장에서 한우 4마리가 브루셀라 양성반응을 보여 감염 개체를 살처분하고, 함께 사육하던 22마리를 서둘러 도태시켰다고 28일 밝혔다.
도태는 살처분과 달리 브루셀라에 감염되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 조기 도축해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조치다.
군 관계자는 "브루셀라는 구제역처럼 급속히 확산하는 질병이 아니어서 감염된 소만 도살한다"며 "다만 함께 키우던 소는 전파 가능성을 고려해 도태시켰다"고 설명했다.
소·돼지에 주로 발생하는 브루셀라는 태막 파열이나 고환염 등을 일으키는 일종의 성병이다.
멸균되지 않은 유제품을 통해 사람한테도 옮겨지는 데, 사람이 이 병에 걸리면 발열·피로·관절통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루셀라에 걸린 가축은 무조건 살처분해야 한다. 치사율은 높지 않지만, 전파가 빠르고 재발이 잘 되기 때문이다.
올해 이 지역에서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브루셀라 신고가 이어진다.
같은 농장에서 재발된 것까지 포함하면 매달 1∼2건씩 발생해 지금까지 275마리의 한우가 도살됐다. 이 중 45마리는 병에 걸린 소가 낳은 송아지다.
첫 발생은 지난 1월 옥천읍 서대리 농장 2곳에서 시작됐다. 73마리가 무더기 감염돼 이들이 낳은 송아지를 포함해 한우 88마리가 도살됐다.
지난 3월에는 이들 농장 2곳과 인근의 또 다른 농장에서 60마리의 감염 소가 추가로 확인돼 77마리가 도살됐다. 이들 3곳의 농장 주인은 사돈이나 친구 관계다.
잠잠해지는 듯하던 이 질병은 불과 20여일 만에 첫 발생지에서 약 1㎞ 떨어진 농장 2곳에서 또 옮겨갔다. 이번에도 한우 69마리가 양성 판정을 받아 송아지를 포함한 76마리가 도살됐다.
방역당국은 역학조사를 통해 최초 발생 농장의 축산분뇨 수거차량이 지난해 11월 이 농장에 드나든 것을 확인해 감염경로를 추적해왔다.
그러던 중 5월 이후 반경 10㎞ 안에 든 농장 4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병이 잇따르기 시작했다. 이번에 발생한 농장도 9월 이후 3번째 발병이다.
방역당국은 브루셀라균이 이 지역에 광범위하게 퍼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7년까지 한해 1만마리 넘는 소가 이 병에 걸렸다. 그러나 2008년 검사 대상이 확대되고, 도축이나 거래 때 검사 증명서 첨부가 의무화되면서 감염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실제 올해 전국에서는 56건의 브루셀라가 발생해 550마리가 도살된 것으로 집계됐다. 충북에서는 청주, 제천, 괴산, 영동에서 각 1마리씩 발생한 게 전부다.
통계만 놓고 보면 전국 발생 소의 절반 이상이 옥천에서 나온 셈이다.
충북도 축산위생연구소 남부지소 관계자는 "브루셀라는 대개 6개월간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는 데, 올해 초 병원균이 옥천지역 여러 농장으로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축 거래시 검사 증명서를 의무화했지만, 시장을 거치지 않는 개별 거래는 통제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옥천군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지난 4월 생후 1년 이상된 한우와 육우 1만1천538마리의 브루셀라 감염 검사에 나서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는데, 이후에도 발병이 이어지고 있다"며 "다행히 1∼7마리의 소규모 발병이어서 확산세는 수그러드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병은 축산차량이나 야생동물 등이 옮길 수도 있지만, 대부분 소 이동으로 인한 전파가 많다"며 "병이 근절될 때까지 소 이동을 삼가도록 당부하고 있으며, 내년 초 모든 소에 대한 재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역서는 2013년 5월 한우 13마리가 이 병에 걸린 뒤 4년간 추가 발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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