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부토 파키스탄 전 총리 10주기…진상규명·처벌은 미완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무샤라프 전 대통령 해외 도피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이슬람권 최초의 여성 총리 베나지르 부토 파키스탄 전 총리가 암살된 지 27일로 꼭 10년이 됐다.
파키스탄 지오 TV 등에 따르면 부토 전 총리가 이끌었던 현 제1야당 파키스탄인민당(PPP)은 이날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5시) 부토의 가족묘가 있는 남부 신드 주 가리 쿠다 부크시에서 당원과 지지자 수십만 명이 모이는 추모행사를 개최한다.
부토의 고향이자 지지 기반이었던 신드 주 정부는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으며 치안유지를 위해 경찰관 7천 명을 행사장 주변에 배치했다.
하지만 부토 전 총리에 대한 추모 열기와는 반대로 그의 암살을 둘러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10년째 지지부진하다.
부토 전 총리는 2007년 12월 27일 파키스탄 군사도시 라왈핀디에서 총선 유세를 마치고 차로 돌아갈 때 갑자기 한 괴한이 그를 향해 달려들어 총을 쏘고 자폭하면서 사망했다.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 총리의 딸로 아버지를 사형시킨 군부 정권에 맞서 정치에 투신해 1988년 35세에 이슬람권 최초의 여성 총리를 지낸 부토는 당시 10년 8개월간의 해외 망명 생활을 끝내고 귀국해 세 번째 총리에 도전하던 중이었다.
자폭테러범은 빌랄이라는 이름의 15세 소년으로 드러났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이끌던 당시 정부는 테러 배후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파키스탄탈레반(TTP)으로 지목했고 5명의 TTP 대원이 빌랄의 부토 암살을 도와줬다고 자백했다.
하지만 이들 5명은 10년이 지나 올해 8월 31일 내려진 1심 판결에서 전원 무죄가 선고됐다.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법원은 다만 당시 라왈핀디 경찰서장 등 경찰관 두 명에게만 암살을 막지 못한 데 대한 과실을 인정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사실 애초부터 부토 암살 배후에 관한 의심은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경쟁하던 페르베즈 무샤라프 당시 대통령에게 쏠렸다.
그는 부토가 암살되기 2개월 전 귀국 환영행사에서 자폭테러가 벌어져 140여 명이 사망했음에도 이후 부토의 행사 경호를 소홀히 했으며 이후 총선에서 패배하자 해외로 출국했다.
그는 결국 2012년 말 귀국해 이듬해 8월 부토 전 총리 살인, 살인 음모, 살인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3월 척추 질환 치료를 이유로 법원의 허가를 받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출국한 뒤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지금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그는 오히려 원격으로 파키스탄 TV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여전히 대외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육군 참모총장 출신인 무샤라프 전 대통령이 파키스탄 정국에 큰 영향력을 가진 군부의 비호를 받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올해 7월 해외 자산 은닉 혐의로 법원에서 자격정지 선고를 받고 총리직에서 물러난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자신이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된 계기도 무샤라프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웠기 때문이라고 최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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