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人] '민과 군', '평창과 국외' 잇는 가교…김소래 중위
박격포대에서 성화봉송단 파견…IOC와 연락하며 통번역 업무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부대원들 생각하며 맡은 일에 최선"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아, 군인이세요."
유창한 영어와 밝은 표정으로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의 소통을 돕는 김소래(27) 육군 중위의 '신분'을 확인한 이들이 놀라며 묻는다.
김소래 중위는 "일반 시민들과 외국인들에게는 '여군'이 아직 낯선 것 같다. 군인이 통역을 맡는 것도 신기해하신다"며 "개인적인 질문도 많이 받는다. 민과 군, 평창과 국외 사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유쾌하게 말했다.
명랑한 성격 뒤에 잠시 감춰뒀지만, 전투병을 이끄는 강한 리더십도 있다.
김소래 중위는 강원도 인제군에 있는 81㎜ 박격포대 부중대장이다. 박격포대는 여군이 많지 않은 곳이다.
김 중위는 "평창올림픽에 도움이 되고, 군의 역할을 알릴 수 있다면"이라는 전제하에 개인적인 질문에도 유쾌하게 답한다.
평창올림픽 성화봉송단에서 김 중위의 역할은 통번역이다. 김 중위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연락을 주고받고, 외국인 주자의 인터뷰를 돕는다. 외신 기자들의 취재도 돕는다"고 말했다. 그는 "작지만 재밌는 일"이라고 했지만, 평창을 국외에 알리는 무척 중요한 임무다.
김 중위는 ROTC(학생군사교육단) 출신으로, 2016년 3월에 임관했다.
그는 중·고교 시절 3년 동안 국외에서 공부하고,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재학 중에는 코트디부아르에서 해외 봉사를 하고, 벨기에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다. 영어에 능통하고 프랑스어에도 능하다.
자신을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 밖에서 뛰는 걸 좋아하는 필드형 인간"으로 부를 정도로 활동적이다.
군은 김 중위의 '외국어 능력'과 활발한 성격을 적극 활용한다. 김소래 중위는 올해 8월 UFG(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에서 통역 장교로, 10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아덱스)에서 의전 장교로 일했다.
김 중위는 "언어 성적과 입대 전 경험을 살려 외부활동을 할 기회를 얻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평창올림픽 성화봉송단 합류는 더 특별하다. 그는 "UFG와 아덱스에서는 전투복을 입고 활동했다. 이번에는 다른 봉사자들과 같은 옷을 입는다"며 "일반 시민들께서 더 편안하게 나를 대하신다. 여군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여군은 무섭다'는 편견도 깨는 것 같아 기쁘다"고 웃었다.
여러 행사에서 통역을 하다 보니 인연도 생겼다. 김 중위는 "아덱스에서 멕시코 주한 무관을 의전했는데, 평창올림픽 성화봉송 기간에는 멕시코 대사님을 만났다. 두 분과 짧은 시간이었지만, 꽤 많은 대화를 했다"며 "멕시코와 인연이 있는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통번역만으로도 시간이 빠듯하지만, 김 중위는 틈 날 때마다 성화 봉송로에 나가 응원하고, 봉송 루트가 아닌 곳도 찾아 홍보 활동도 한다.
김 중위는 "나는 정말 다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다"고 자신을 낮추면서도 "파견 기간에 최대한 많은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사실 더 바쁘게 지내야 강원도 인제에서 추위를 견디는 81㎜ 박격포대 대원들에 대한 미안함도 줄어든다.
김 중위는 "부대의 겨울은 정말 춥다. 전방에 계신 분들은 겨울에 정말 고생을 많이 하신다"며 "그 힘든 시기에 나는 조금 더 따듯한 곳에서 지낸다. 미안함이 크다"고 했다.
성화는 내년 1월 강원도 인제를 지난다. 김 중위는 "우리 사단 가족들에게 평창올림픽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동시에 상상도 못 할 추위를 견디는 우리 대원들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김 중위는 "파견이 끝나는 3월 31일까지는 이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우리 부대원들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한국에서 큰 행사가 열릴 때마다 군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한다. 김 중위도 "우리 군은 나라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항상 군은 국민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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