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규·현정화 탁구 레전드 매치…"예전 같지 않네요"
현 감독이 3점 얻은 상태서 2세트 매치…결과는 1-1 무승부
(대구=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1980년~90년대 세계 탁구를 호령했던 '레전드' 유남규(49·삼성생명)와 현정화(48·렛츠런) 감독이 맞대결을 펼쳤다.
두 감독은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 대회 마지막 날 27일 '스페셜 이벤트'로 서로를 향해 탁구 라켓을 잡았다.
유 감독은 1988년 서울올림픽 단식, 현 감독은 복식 금메달리스트다.
둘은 선수 시절 혼합복식 파트너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지만, 은퇴 이후에는 라켓을 거의 잡을 일이 없었다.
이날 매치는 현 감독이 먼저 3점을 얻은 상태에서 11점 2세트로 진행됐다.
선수 시절에도 두 감독은 서로 훈련 상대가 되기도 했다. 1세트가 21점이었을 당시 현 감독이 6~7점을 먼저 얻고 경기했다.
두 감독은 전날 서로의 승리를 장담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은 경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다.
몸도 예전 같지는 않았다. 선수 시절 때보다 유 감독은 4kg, 현 감독은 10kg가량 빠졌다.
5분가량 워밍업한 이들의 표정은 플레이가 시작되자 진지하게 변했다.
현 감독이 3-0으로 시작한 1세트에서 유 감독이 금방 따라잡으며 5-5로 만들었다. 그러자 현 감독이 승부 근성을 발휘했다.
연이어 날카로운 스매싱을 꽂아넣으며 9-5까지 달아났다. 유 감독도 뒤질세라 9-9 동점을 만들었다.
승부는 10-10이 돼 듀스로 갔고, 11-11의 상황에서 현 감독이 선수 시절 못지않은 전진 속공으로 2점으로 추가해 13-11로 승리했다.
한 세트를 먼저 따낸 현 감독은 웃었고 유 감독은 다소 심각한 표정이었다.
역시 3-0 현 감독의 리드로 시작한 2세트에서는 유 감독이 특유의 파워 드라이브로 5-5 동점을 만들었다.
유 감독이 긴 랠리로 끌어가자 현 감독의 실수가 이어졌다.
이에 2세트는 11-7 유 감독의 승리로 끝났다.
나란히 1세트씩을 가져가며 이날 매치는 세트스코어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매치가 끝난 뒤 두 감독의 이마에는 벌써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유 감독은 "생각했던 것보다 현 감독이 세게 나와 당황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현 감독은 "1세트에서는 공격이 됐는데 2세트에서는 체력이 떨어져서 들어가지 않더라"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두 감독은 아쉬움도 나타냈다.
이들은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더 많은 기술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다"며 "다음에는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날에는 또 2012년 런던 올림픽 탁구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오상은(40·미래에셋대우) 코치와 주세혁(37·삼성생명) 코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단체전 동메달리스트 당예서(36·대한한공) 코치와 박미영(36) 전 선수의 은퇴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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