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현장, 한파·졸음 눈물겨운 사투…소독제 얼어붙어 삼중고
확진 4농가 20만 마리 살처분…'오리벨트' 영광서 피해 속출
(전국종합=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가 확산할 모양새다.
이를 막기 위해 투입된 방역인력들은 한파까지 겹쳐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7일 현재 가금류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지역은 전북 2건, 전남 2건이다.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지역은 제주 2건, 충남 2건, 전남 1건, 경기 1건이다.
강원과 경남, 경북에서도 항원이 검출됐지만 모두 저병원성으로 확인됐다.
현재 AI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한 가금류는 20만2천 마리다.
오리 주산지인 전남 영암 오리 농가 2곳의 16만1천 마리, 전북 정읍과 고창 농가의 4만1천 마리를 땅에 묻었다.
방역 당국은 AI가 창궐한 농가에 14일간 이동제한 명령을 내리고 지속해서 추가 감염 여부를 관찰 중이다.
특히 AI가 종오리 농장과 이 농장에 오리를 분양하는 원종오리 농장이 밀집한 전남 지역은 추가 발병할까 전전긍긍하는 형국이다.
전국 오리사육량 1·2위를 다투는 '오리벨트' 나주와 영암에서는 방역복을 갖춰 입은 차단방역 인력이 세밑 한파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영암군 거점소독시설에 자리 잡은 이들은 지나는 차량을 붙들고 소독약을 연신 뿌린다.
긴 막대 형태 차량용 소독기에서 나온 살균제는 영하를 밑도는 추위에 얼어붙기 일쑤다.
작업자들은 행여나 날씨 탓에 소독력이 떨어질까 봐 축산차량 바퀴 네 짝을 꼼꼼히 훑는다.
그런데도 방역복 안에 두꺼운 외투를 껴입을 수 없어 사실상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근무해야 한다.
정읍과 고창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주로 오후 6시 이후에 가금류 상·하차 차량이 농가를 오가는 탓에 해가 떨어지면 손길이 더욱 바쁘다.
저녁이면 방역복을 파고드는 추위에 이어 쏟아지는 졸음과도 싸워야 한다.
근무자들이 몸을 녹이고 누울 수 있는 컨테이너도 마련돼 있지만, 수시로 드나드는 차량에 눈코 뜰 새 없다.
정읍시 관계자는 "연일 영하권 추위가 이어져 현장에 상주하는 근무자들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며 "AI가 확산하지 않도록 막겠다는 사명감에 일하지만,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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