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IOC'…러시아 도핑 조작 폭로한 내부고발자 보호 외면

입력 2017-12-27 10:32
'비겁한 IOC'…러시아 도핑 조작 폭로한 내부고발자 보호 외면

미국 도피한 전 러시아 도핑연구소장 변호인, IOC에 행동 촉구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러시아의 국가 주도 도핑 조작 스캔들을 전 세계에 폭로한 내부고발자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지경인데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7일(한국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도핑 추문을 폭로한 전 러시아반도핑기구 모스크바 연구소 소장인 그리고리 로드첸코프 박사의 변호인은 의뢰인을 보호하지 않는 IOC를 '비겁하다'고 맹비난했다.

IOC와 세계반도핑기구는 로드첸코프 박사의 폭로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에 착수해 러시아의 도핑 조작 실태를 확인했다. 이에 따라 IOC는 러시아 선수단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불허했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 로드첸코프 박사는 지난해 미국으로 도피했다.

그의 변호인인 짐 월든은 러시아가 미국 당국에 로드첸코프 박사를 인도받기 위해 은밀한 로비에 착수하는 식으로 보복을 시작했다면서 "이것이 성공한다면 로드첸코프 박사는 러시아 관계자들에게 죽거나 고문을 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IOC가 로드첸코프 박사를 도우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면서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관계 당국에 정보 제공도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IOC는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도핑 조작에 연루된 러시아 선수 25명의 기록과 성적을 삭제하고 이들을 올림픽 무대에서 영구 추방했다.

이들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IOC를 제소하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월든 변호사는 "IOC가 CAS 재판에서 로드첸코프 박사의 증언에 의존할 것이라는 점을 러시아는 잘 안다"면서 "러시아는 로드첸코프 박사의 입을 막아 증언을 불가능하게 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도 IOC가 로드첸코프 박사를 돕지 않고 있다면서 로드첸코프 박사에게 보복을 준비하는 러시아에 맞서 IOC가 즉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드첸코프 박사가 사라지면 미공개 자료 역시 묻힐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러시아는 내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축구대표 선수들의 도핑 연루 의혹도 불거진 터라 국제축구연맹(FIFA)도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로드첸코프 박사는 러시아 축구 선수들의 도핑 정보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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