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는 철광석과 달라"…위안화 원유선물 거래 부진할 듯
석유시장서 차이나파워 구축 시도…WSJ "시장반응 시큰둥할 것"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이 수년간의 준비 작업 끝에 위안화 원유 선물 거래를 출범했으나 시장에서 호응을 받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6일 보도했다.
중국이 독자적으로 원유 선물거래 시장을 만든 것은 지구 반 바퀴를 도는 거리에 위치한 영국 북해산 유전의 가격 결정권에 더는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유 시장은 각종 원자재 시장 가운데서 유독 변동성이 높은 시장으로, 중동에서 전해진 뉴스에 의해 하룻밤에 가격이 3%나 뛸 정도다.
중국과 인도 같은 원유 수입대국은 달러화로 결제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 리스크에서 비롯된 충격에도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이 위안화로 원유 대금을 결제하고 싶어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그러나 시장에서는 위안화 원유선물 거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정부조차 국내 시장을 신뢰하지 않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 당국은 시장이 맘에 들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일 때마다 개입하기 일쑤였다. 위안화 환율에 대한 노골적 개입이 그 대표적 사례다.
이런 관행이 멈추지 않는 한 외국인 원유생산자들과 트레이더들은 이미 변동성이 심한 데다 예상하기 어려운 규제, 환율 리스크가 추가되는 시장에 자금을 투입하는데 신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의 해외 유출에 대한 중국의 통제가 더욱 강화된 탓으로 중국의 원자재 시장은 이미 침체된 상태다. 게다가 철광석 선물을 취급하는 중국의 다롄 선물거래소의 기형적인 구조도 문제다.
다롄 선물거래소는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탓에 변동성도 상당히 심하다. 반면에 구리와 같은 원자재를 취급하는 국제 선물 시장의 가격 등락은 그리 심하지 않은 편이다.
국제 구리 선물 시장의 경우, 뉴욕이나 런던에서 가격이 급변동하면 기관투자자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재빨리 차익 거래에 나서면서 충격을 완충해줄 수 있다.
중국 선물시장에서 이런 거래가 쉽지 않다는 것은 가격이 아주 거칠게 움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 2년간 다롄 선물거래소에서는 철광석 근월물이 현물의 평균 수입가격보다 약 50%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잦았다.
비록 중국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글로벌 원유 수요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이 철광석에 비해 여전히 낮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2016년 현재 중국의 비중은 13%로, 미국의 20%를 밑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위안화 원유선물 거래를 활용할 유일한 동기는 아마도 중국의 환심을 사는 것 뿐이라고 꼬집었다. 사상 최대의 기업공개(IPO)를 앞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중국의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동참할 가능성을 가리킨 것이다.
그러나 아람코가 위안화 선물 거래를 시작하더라도 제한적인 수준이 될 것이며 원유 거래의 대부분은 여전히 달러화를 기반으로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브렌트유 같은 대표적 벤치마크를 활용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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