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침낭 두르고 황급 탈출…소방관 비상구 못찾아 '허둥'

입력 2017-12-27 09:37
수정 2017-12-27 10:53
알몸 침낭 두르고 황급 탈출…소방관 비상구 못찾아 '허둥'

CCTV에 제천 참사 당시 상황 찍혀…초기 대응 미흡 다시 도마 위

화재 40여분 뒤 진입 시도…유족 "골든타임 놓쳐" 진상조사 요구

(제천=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 초기에 현장 주변 상가의 폐쇄회로(CCTV)가 잇따라 공개되면서 소방당국의 초기 대응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화재 당시 주변 상가 CCTV와 생존자들이 찍은 사진 등에는 화재 신고가 접수된 지 6분이 지난 21일 오후 3시 59분 건물에서는 붉은 화염과 함께 연기가 뿜어나오고, 한 남성이 골프 백을 어깨에 멘 채 밖으로 나오는 것이 확인됐다.

이어 머리가 젖은 채 한겨울에도 민소매 상의만 입은 두 남성이 황급히 뛰쳐나오고, 신발을 움켜쥔 노인과 웃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어린이, 알몸을 침낭으로 감싼 남성, 우왕좌왕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2∼3분간 이어진다.

당시는 건물 3층에 사람이 매달려야 할 정도로 불길과 연기가 번진 상황이었고, 이런 상황에 어찌할 줄 모르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인다.



당시 스포츠센터에 있던 10여 명은 3층과 4층 비상구로 나와 계단을 통해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CCTV에는 오후 4시께 소방차 등이 현장에 도착했고, 3분 뒤에 한 소방관이 나타나 건물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갔다가 10여 초 뒤에 다시 돌아오는 모습이 찍혔다.

두리번거리던 이 소방관은 건물 1층을 살펴본 뒤 오후 4시 4분 50초 다시 소방차량으로 돌아갔다. 이 소방관은 비상계단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로부터 30여 분이 훌쩍 지난 뒤인 오후 4시 38분께 구조대원이 가스 마스크를 착용하고, 내부 진입을 시도했다.

비슷한 시간에 소방 사다리차가 건물 앞에 주차된 흰색 승용차가 가로막히자 차량 유리창을 깨고 브레이크를 푼 뒤 차량을 뒤에서 미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 남성은 화재 현장에서 희생된 딸의 아버지로, 당시 전화를 받고 사다리차의 진입을 도운 것이다.



소방당국이 화재 현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동안 2층 여성 사우나에서는 20명이 숨졌다.

이런 장면이 포착된 CCTV가 공개되면서 소방당국의 초동 대처 부실이 다시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한 유족은 "소방관들이 건물 구조를 제대로 파악, 화재 초기에 비상계단으로 진입했다면 희생자가 줄었을 것"이라며 "부실 구조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6일 화재 참사 현장서 조사에 나선 소방합동조사단은 유족과 언론에서 제기한 초동 대응 미흡과 부실 구조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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