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헤밍웨이·생텍쥐페리가 스페인으로 간 이유는

입력 2017-12-27 07:31
조지 오웰·헤밍웨이·생텍쥐페리가 스페인으로 간 이유는

신간 '스페인 내전,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조지 오웰, 어니스트 헤밍웨이, 생텍쥐페리. 동시대에 활동해 명작을 남긴 이 세 명의 작가에게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스페인 내전(1936~1939)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오웰은 공화파의 편에서 무정부주의 조직의 민병대 소속으로 참전했고 귀국 후 그 경험을 '카탈루냐 찬가'에 남겼다. 생텍쥐페리는 파리의 일간지 특파원으로 내전을 취재했다. 헤밍웨이는 미국의 50개 주요 일간지 발행사들로 구성된 북미신문연맹의 종군기자 자격으로 스페인 내전을 취재하면서 파시스트에 반대해 게릴라로도 활동했다.

신간 '스페인 내전'(갈라파고스 펴냄)은 이처럼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스페인 내전을 들여다본 책이다. 미국 작가 겸 저널리스트인 애덤 호크실드는 내전의 진행 과정을 시간순으로 따라가는 일반적인 역사서들과는 달리 스페인 내전에 참여했던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로 스페인 내전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다.

스페인 공화파 인민정부와 그에 맞서 쿠데타를 일으킨 프랑코 군대간 전쟁이었던 스페인 내전은 다른 전쟁과는 달리 세계 각국에서 의용병들이 자발적으로 참전한 전쟁이기도 하다.

파시즘 성향이었던 프랑코는 히틀러와 무솔리니로부터 병력, 무기를 지원받았지만, 공화파는 소련으로부터 무기를 지원받은 것 외에는 다른 나라의 병력 지원을 받지 못했다. 대신 코민테른(제3인터내셔널)이 스페인 공산당의 요청을 받아 조직한 일종의 의용군 조직인 국제여단이 공화파를 위해 싸웠다. 53개국에서 3만5천여명이 국제여단에 참여했다.

미국은 스페인 내전에 공식 개입하지 않았지만 2천800여명의 미국인들이 스페인으로 향했고 750여명이 전사했다. 미국인들은 정부가 타국의 내전에 간여하는 것을 반대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스페인 내전에만은 유독 다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책은 국제여단의 부대 중 미국 의용병부대였던 에이브러햄 링컨 대대(제15국제여단)에 속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미국인 경제학도로 소비에트 체제에 대한 논문을 쓰기 위해 모스크바로 갔다가 스페인 내전에 대한 소식을 듣고 바로 국제여단에 입대했던 로버트 메리먼, 영국의 조각가 팻 거니, 시인 제임스 네우가스, 나이가 어려 입대를 할 수 없자 가짜 신분증까지 만들어가며 입대했던 19살 미국인 등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서로 프랑코와 공화파의 편을 드는 기사를 쓰며 한 신문사 내에서 '내전'을 벌였던 뉴욕타임스의 두 특파원, 여기에 기사 쓰는 것보다는 게릴라 활동에 더 열심이었던 헤밍웨이나 당시에는 아직 무명이었던 오웰 같은 유명인들의 이야기도 흥미를 더한다.

책은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인물들이 왜 스스로 머나먼 스페인으로 떠나 전장으로 뛰어들었고 목숨까지 바쳤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고귀한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던 깨어있는 시민들을 세상에 드러낸다.

책을 번역한 이순호씨는 "유·무명인들의 개인적 일화, 경험담, 기사에 기존 역사를 접목한 것도 이 작품이 지닌 색다른 특징"이며 "착각 혹은 순수한 이상에 따라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젊음과 용기를 불태운 당대의 의용병들을 기린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원제 Spain in our hearts. 616쪽. 2만7천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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