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재난 얼룩진 영국…여왕, 성탄메시지로 생존자·시민 격려
"용기·회복력 빛났다"…가정을 주제로 직접 작성한 60년째 TV 연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25일(현지시간) 크리스마스를 맞아 내놓은 메시지에서 "지난 1년간 런던과 맨체스터 시민들은 끔찍하고 무서운 공격 속에서도 빛났다"면서 "우리의 기도가 희생자 및 유족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가디언지 등 외신들이 전했다.
여왕은 이어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했던 긴급구조대에게도 빚을 졌다"고 덧붙였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방송을 통해 전달한 메시지에서 맨체스터 공연장 테러의 어린이 생존자들과 그들의 부모를 만난 점을 '특권 수혜'로 표현, 자신을 낮추며 시민들에게 격려의 말을 이어갔다.
그는 "(맨체스터 테러) 생존자들은 비상한 용기와 회복력을 보여줘 우리 모두에게 모범이 됐다"며 "그들은 테러 며칠 뒤에 열린 자선 콘서트를 통해 젊은이들이 고향으로 부르는 그 구역과 도시를 힘차게 되찾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영국에서는 각종 테러와 대형화재 등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5월 맨체스터 아레나 콘서트장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났다. 이에 앞서 3월에는 런던 의사당 부근에서 차량 테러가, 6월에는 런던 브리지와 인근 버러 마켓에서 테러범들이 차량으로 사람들을 쓰러뜨리고 흉기를 휘두르는 일이 벌어졌다.
6월에는 런던 공공 임대아파트인 그렌펠타워에서 화재가 발생, 71명이 숨지면서 영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그동안 여왕의 크리스마스 메시지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을 포함해 한 해를 정리하고 영국 왕실과 관련한 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해왔다.
올해는 여왕이 TV를 통해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내놓은 지 60주년이다.
여왕은 이번 메시지에서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왕은 "우리에게 가정은 따뜻하고 익숙하고 사랑이 넘치는 곳"이라며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우리를 끌어당기는 소박함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결혼 70주년을 맞아 왕실 공무에서 은퇴한 남편 필립공 등 자신의 가족에 대한 언급을 이어갔다.
여왕은 "내가 태어났을 때 70번째 결혼기념일에 '플래티넘'이란 말을 만들어 낸 사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면서 "보통은 그렇게 오랜 결혼생활을 예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의 남편에 대해 "독특한 유머의 소유자"라고 전했다.
여왕은 "우리 가족은 내년 새로운 일원을 맞이하게 된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내년 4월 태어날 예정인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의 셋째 아이뿐 아니라 내년 5월 해리 왕자와 결혼할 약혼녀 메건 마클을 의미한다고 외신들은 설명했다.
'가정'을 주제로 한 이번 크리스마스 메시지에 대해 버킹엄 궁은 "조언자와 상의해 여왕이 직접 작성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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