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간첩 혐의 인도 사형수 가족 면회 허용
파키스탄-인도 대화 물꼬 틀까 기대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파키스탄 정부가 간첩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고 파키스탄에서 수감 중인 전직 인도 해군 장교에게 수감 1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가족 면회를 허용했다.
25일 파키스탄 지오 뉴스 등에 따르면 올해 초 간첩 혐의로 파키스탄 군사법원에서 사형이 선고된 전직 인도 해군 장교 쿨부샨 자다브는 이날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외교부에 마련된 면회실에서 인도에서 온 모친과 부인을 면회했다.
이들의 만남은 유리 벽으로 나뉜 공간에서 40여 분간 인터폰으로만 이뤄졌다.
앞서 파키스탄 정부는 파키스탄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무함마드 알리 진나(1986∼1948)의 탄생일(12월 25일)을 맞아 자다브의 가족 면회를 허용하기로 하고 인도에 있는 그의 모친과 부인에게 특별 방문 비자를 허용했다.
자다브는 파키스탄 남부 발루치스탄에서 분리주의 활동을 조장하고 파키스탄과 중국이 추진하던 460억 달러(약 50조원) 규모의 경제 회랑 건설을 방해하려던 혐의로 지난해 3월 체포돼 올해 4월 파키스탄 군사법원에서 사형이 선고됐다.
파키스탄 정부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자다브는 자신의 간첩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또 자다브가 2014년 파키스탄 카라치의 경찰 간부 암살과 파키스탄 탈레반 지원 활동 등을 자백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인도 정부는 자다브는 퇴역 장교로 이란에서 개인 사업을 하다 납치됐을 뿐 간첩 혐의는 날조라고 반발했다.
인도 정부는 또 파키스탄 정부가 자다브 구속 후 그 사실을 인도 정부에 통보하지 않았으며 추후 파키스탄 주재 인도 영사관이 그를 면회하고자 했으나 거부됐다면서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위반을 이유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ICJ는 지난 5월 "ICJ의 최종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파키스탄은 자다브의 사형집행을 해서는 안 된다"고 잠정 결정한 바 있다.
파키스탄의 이번 면회 허용으로 지난 4월 자다브에 대한 사형 선고 이후 냉각된 인도와 관계에서 대화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당시 자다브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지면서 양국은 해상안보 협력 논의와 두 나라를 함께 흐르는 강 이용에 관한 '인더스강 조약' 관련 협의 등 예정된 대화를 모두 중단했다.
무함마드 파이살 파키스탄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자다브의 면회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이 마지막 면회가 아닐 것"이라고 말해 관계 개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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