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참사 유족들 "탓하지 않겠지만 초기대응 규명돼야"

입력 2017-12-26 08:01
제천 참사 유족들 "탓하지 않겠지만 초기대응 규명돼야"

"골든타임 놓쳐 피해 키워…소방 구조시스템 개선 필요"

(제천=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26일 4명의 희생자 발인을 엄수하면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로 숨진 29명이 모두 영면에 들었다.

청천벽력같은 비보에 억장이 무너지고, 소방대의 구조 지연으로 인명 피해가 컸다며 분노했던 유족들은 초기 대응 실패로 구조 골든타임을 놓친데 대한 진상 규명과 개선책 마련을 거듭 요구했다.



전날 부인 이항자(57)씨의 장례를 치른 유가족 대표 류건덕(59)씨는 "고생하는 소방관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류씨는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방서장 면담 등을 통해 당국의 해명을 수차례 들었지만, 최초 신고 접수 후 30분 이상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펼치지 못해 2층에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례 절차가 끝나가지만, 이번 참사는 절대 잊혀져서는 안 된다"며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니 발화 원인과 구조 작업의 문제점 등 진상 규명이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유족 대책위 사무국장을 맡았던 남모씨도 소규모 도시나 농촌 지역 소방 안전 구조 매뉴얼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인력과 장비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씨는 "최초 신고 접수 후 7분 만에 도착한 119소방대 살수차는 단 2대뿐이었다"며 "불길이 건물 전체로 솟구치는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장비"라고 말했다.

그는 "소방 당국이 밝힌 2층 유리를 깬 시간은 신고 접수 후 약 45분 후인 4시 38분이었는데, 고도로 훈련된 구조대원도 없는 데다 구조 골든타임까지 놓쳐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방 진입로에 불법 주차 차량이 많으면 소방대는 견인차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면서 "긴급 상황 시 차량을 파손해서라도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하도록 보상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희생자 발인이 모두 마무리됨에 따라 유족 대책위는 제천체육관에 설치된 합동분향소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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