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성탄절 연휴 '악몽'으로 만든 인천공항 '항공대란'

입력 2017-12-25 18:33
[연합시론] 성탄절 연휴 '악몽'으로 만든 인천공항 '항공대란'

(서울=연합뉴스) 성탄절 연휴 기간 인천공항에서 짙은 안개로 항공편이 무더기로 결항·지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연휴 첫날인 23일 에만 예정됐던 1천70편 중 562편이 결항·회항·지연운항 등 차질을 빚었다. 그 여파로 24일 560여 편, 25일 280여 편 등 연휴 사흘간 1천400여 편이 정상적으로 운항하지 못했다. 전날 차질을 빚은 항공편이 한꺼번에 몰린 24일에는 하루 1천163편이 운항해 인천공항 개항 이래 최대 기록을 세웠다. '항공대란'이 벌어지자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은 24시간 비상근무에 들어가, 개장 준비 중인 제2 여객터미널로 항공편을 분산했고, 입국심사장과 세관도 24시간 운영했다. 하지만 대혼잡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공항에 발이 묶인 승객들은 거의 노숙을 하다시피 했고, 기내에 들어가서도 수 시간 기다리며 악몽 같은 연휴를 보냈다. 특히 정확한 안내나 설명을 듣지 못한 채 무작정 대기해야 했던 승객들은 항공사 측에 분통을 터뜨렸다.

짙은 안개 때문이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인천공항에는 가시거리 400m 미만일 때 내려지는 저시정 경보가 23일 오전과 오후, 24일 오전 등 세 차례 발령됐다. 한때는 가시거리가 50m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그렇다 해도 인천공항공사나 항공사 측의 대응에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인천공항공사는 22일부터 시작된 동계성수기를 맞아 총 540여 명의 특별 근무 인원을 투입했다고 하지만 짙은 안개로 인한 돌발상황 대비는 부족했다. 항공사들도 휴무 중인 직원까지 출근시켰지만, 승객들에게 변경된 운항정보를 제때 제공하지 않거나 지연·결항에 따른 교통 및 숙박 문제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불만을 가중했다.

문제는 이런 사태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여행 보편화와 저비용항공사 성장 등으로 지난해 해외여행을 떠난 국민이 사상 처음 2천만 명을 넘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지난 21일 개항 이래 최초로 연간 6천만 명을 돌파했다. 그런데 인천공항은 최근 2년간 안개, 뇌전, 대설, 강수 등으로 총 53차례의 저시정 경보가 떨어져, 국내 공항 중 경보 횟수 1위라고 한다. 연간 1천800만 명을 소화할 수 있는 제2 여객터미널이 내년 1월 18일 개장하면 어느 정도 공항 혼잡은 해소될 것 같다. 하지만 자연재해로 인한 불편까지 해소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천공항은 2003년부터 활주로 가시권이 75m만 돼도 이착륙이 가능한 'CAT-Ⅲb' 등급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고도의 계기 착륙시설(ILS) 장치를 갖춘 항공기나 특정한 자격을 갖춘 조종사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항공사들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등한시해온 최신 항공기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조종사 교육도 강화해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천공항공사도 비상 매뉴얼을 재점검하고 항공사들과의 정보공유도 확대해 자연재해로 인한 항공대란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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