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기다려"…부분재개 우이신설선 긴 배차간격 불만폭주
운행 중단 8시간 만에 부분 재개…승강장 안내도 미비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신설동 방향으로 가실 고객님은 현재 정거장에서 약 15분만 더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25일 오후 3시께 서울 강북구 미아동 경전철 우이신설선 승강장. 승객에게 기다려달라고 당부하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자 역사 이곳저곳에서 고함과 함성이 들려왔다.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것이냐"라든가 "20분 전부터 기다렸는데 더 기다리라고?"라는 등 싸늘한 냉기가 도는 승강장에서는 불평과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운영사에 따르면 이날 전차선(전동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선) 단전 사고로 한때 운행이 전면 중단됐던 우이신설선은 오후 2시부터 부분적인 운행이 재개됐다.
북한산우이역↔솔샘역, 솔샘↔신설동역으로 구간을 끊어서 운행하는 식으로, 솔샘역과 신설동역 사이는 열차 1개 편성만 투입해 1개 선로를 왕복하게 하고, 북산산우이역과 솔샘역 구간은 3개 편성을 투입해 상·하행선을 오가도록 했다.
그러다보니 북한산우이역에서 신설동역 방향으로 내려가는 시민은 어쩔 수 없이 솔샘역에서 갈아타야만 했고, 솔샘역∼신설동역 구간은 1개 선로만 이용하다 보니 배차 간격이 벌어져 대기 시간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서울시는 12분 간격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일부 승객은 30분 가까이 기다리는 경우도 속출했다.
운영사 측은 승객이 열차를 잘못 이용하지 않도록 아예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계단부터 승객 진입을 통제한 채 확성기로 신설동역 혹은 북한산우이역 방향이 도착했다고 알려줬다.
이러한 가운데 승객 20∼30여 명은 승강장 계단 인근에서 발이 묶인 채 역 직원의 지시에 따라 열차가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성탄절 예배를 드리러 잠실 방향으로 가던 박정미(60·여)씨는 평소대로 1시간 30분 전에 집에서 나왔다가 늦게 생겼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박씨는 "가오리역에서 잠실역으로 가는데, 예배 시작이 오후 4시인데 이러다 늦을 것 같다"며 "솔샘역 승하차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찍기 이전에 상황을 공지해줬다면 버스를 이용하든지 다른 방법을 강구했을 텐데, 승강장 근처까지 와서야 상황을 알려줘 늦게 됐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평소에 우이신설선을 잘 이용했는데 개통 3개월 만에 이런 일이 생겨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가오리역에서 신설동역 방향으로 두 자녀와 함께 나들이에 나선 시민 김모(35·여)씨도 어쩔 줄 몰라했다.
김씨는 "가오리역에서 신설동역 방향으로 가던 길에 일단 여기서 내리라고 해서 내렸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까는 같은 승강장에서 기다리라고 하더니, 이제는 건너편 승강장에서 타라고 한다. 안내를 확실하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버스를 타고 가다 4호선으로 갈아탈 것을 그랬다"고 덧붙였다.
친구들과 북한산 산행을 마치고 영등포로 가던 최병민(70)씨도 쌀쌀한 날씨 탓에 두꺼운 등산복에 등산 모자까지 갖춰 입은 채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어이없다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보통 2주에 한번 가량 북한산 등산을 가는 데 25분이나 기다려야 한다니 당황스럽다"면서도 "기다리는 것밖에 더 할 수 있겠느냐.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느긋하게 기다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는 오전 5시 54분께 우이신설선 신설동역행 1004열차가 솔샘역과 북한산보국문역 사이를 지나다 전차선(전동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선) 단전으로 멈춰 서면서 발생했다.
ts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