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참사 목사 2명 희생…제천 교회들 서글픈 성탄절
전야제 행사 취소…빈소서 참사 희생 목사 기리는 합동 예배
도심 성탄절 분위기 실종…이벤트 점원들 "산타복 입기 미안"
(제천=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특별한 내색은 없었지만 침울했습니다. 모두 별다른 이야기도 없었고요"
충북 제천중앙성결교회 청년부 신도 박진욱(18)군은 25일 신도들이 모두 떠난 예배당에 남아 나흘 전 세상을 떠난 박한주(62) 담임목사를 떠올리며 말끝을 흐렸다.
박 목사는 지난 21일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의 희생자 29명 가운데 한 명이다.
고인의 빈자리를 두고 열린 이날 성탄절 축하 예배는 비통함 속에서 간소하게 치러졌다.
해마다 24일 밤이면 열었던 성탄 전야 축하 행사도 올해는 치르지 않았다.
박 군은 "올해로 10년째 목사님의 가르침을 받아오고 있었다"며 "아직 실감이 나지 않지만 하늘나라에서는 근심 걱정 없이 평안하게 지내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목사의 빈소가 차려진 제천중앙성결교회에서는 신도 250여명이 모여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대신 고인을 추모하는 예배가 열렸다.
화재 참사의 또 다른 희생자인 제천드림성결교회 박재용(42) 목사를 기리며 합동으로 올린 예배는 목도, 찬송, 기도, 성경 봉독, 말씀, 묵념, 축도 순으로 20여분간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성경을 경건한 목소리로 낭독하며 두 목사가 걸어온 길을 기억하고, 찬송가를 한목소리로 부르며 황망하게 떠난 두 목사의 명복을 빌었다.
유가족들은 오는 26일 두 목사의 영결식을 엄수할 예정이다.
이번 참사로 이항자(57)·김태현(57) 권사를 떠나 보낸 제천시온성교회도 성도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인들을 추모하는 성탄 예배를 했다.
박정민 목사는 설교를 통해 "두 분은 5∼6년 전부터 불우이웃과 장애인을 도우며 낮고 소외된 자리를 찾아다녔다"며 "우리가 그 일을 계승하고 더 잘하는 것이 돌아가신 분들의 바람"이라고 밝혔다.
29명의 이웃을 한날 한시에 잃은 제천은 이날 고인들을 추모하는 분위기 속에서 성탄절을 보냈다.
제천 최대 번화가인 중앙동 문화의 거리에는 행인이 드문드문 오갔지만, 휴일의 활기나 성탄절의 흥겨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가게 유리창 너머로 거리를 살피는 상점의 점원도,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호객에 나선 아르바이트생도 경쾌한 리듬의 캐럴이 울려 퍼지는 것에 미안함을 드러냈다.
이동통신업체 대리점 직원 김모(24)씨는 "산타복을 차려입고 성탄 분위기를 띄우자니 돌아가신 분들께 송구스러워 흉내만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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