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군 봉쇄지역 암투병 어린이들 구호 손길 받을까
아사드, 투병 어린이 7명 의료후송 여부 내주 결정 전망
'한 눈 잃은 젖먹이' 카림은 대상 안될 듯…"동구타, 사람 살기 힘든 곳 됐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림프종 걸린 라마, 한 눈 잃은 카림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시리아 정부의 동(東)구타 포위가 4년째 이어지면서 폭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물론 영양실조 등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백혈병이나 암 등 치명적인 질병에 걸린 어린이들이 수개월 동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어 유엔(UN)과 국제구호단체 등이 시리아 정부에 이들의 의료 이송을 요청하고 나섰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동구타 지역에서 암투병 중인 8∼12세 어린이 7명의 이송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한 자선구호단체 관계자는 전했다.
이 어린이들은 시급한 치료가 필요한 130명 이상의 동구타 지역 어린이 중 일부다.
아사드 대통령은 다음 주까지 이들의 이송을 승인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동구타는 다마스쿠스 주변에 남은 마지막 반군 지역으로, 2013년부터 시리아군에 포위된 곳이다.
올해 5월 러시아·이란·터키가 이 일대를 '긴장완화지대', 속칭 '안전지대'로 지정했으나 시리아군과 동맹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이달 초 적십자는 동구타 지역이 이미 임계점을 넘어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지역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수십명의 민간인들이 최근 정부군의 폭격에 사망했고, 수많은 이들이 식료품 부족으로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유엔은 시리아 정부에 의료이송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
국제의료구호기구연합(UOSSM) 관계자는 "아사드 대통령이 의료이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가 허용한다면 우리는 최대한 빨리 어린이들을 시리아 다른 지역이나 해외로 이동시켜 치료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7명의 어린이 중에는 림프종에 걸린 4살 어린이 라마도 포함돼 있다.
라마는 목에서 악성종양이 발견됐고, 심각한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지만 8개월 전부터 약물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라마를 포함한 어린이 7명의 의료이송이 허용되더라도 여전히 이 지역 내 수많은 어린이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시리아군의 폭격에 한쪽 눈을 잃은 사진이 공개돼 국제사회의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 젖먹이 카림 등 다른 어린이들은 이번 의료이송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BBC 방송은 전했다.
엄마와 함께 왼쪽 눈을 잃은 생후 2개월 아기 카림의 사진이 공개되자 국제사회에서는 내전 참상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카림의 고통에 연대하는 의미로 '아기 카림, 내가 너를 보고 있어'라는 문구에 해시태그(주제어 표시)를 달아 사진과 함께 공유하고 있다.
앞서 얀 에겔란 유엔 시리아 담당 인도주의 업무조정관은 지난달 시급한 치료가 필요했던 9명에 대한 의료이송 요청이 거부돼 결국 이들이 숨졌다고 밝혔다.
현재 동구타 지역의 영양실조 비율은 12%로 내전 발생 이후 시리아 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전해졌다.
전기와 연료, 식수, 위생시설의 부족으로 인해 설사병 등의 발생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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