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제헌의회, 브라질 대사 추방…외교관계 사실상 동결
"테메르 정부가 무너뜨린 브라질 헌정 질서 회복될 때까지"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베네수엘라 제헌의회가 자국 주재 브라질 대사를 추방하면서 사실상 외교관계 동결을 선언했다.
23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제헌의회는 후이 페레이라 브라질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상 기피인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델시 로드리게스 제헌의회 의장은 "이번 조치는 브라질에서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정부에 의해 무너진 헌정 질서가 회복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헌의회는 친정부 성향 인사들로 구성된 국가 최고 헌법기관이다.
페레이라 대사는 연말 휴가를 보내기 위해 최근 브라질로 귀국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제헌의회가 추방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 한 베네수엘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됐다.
제헌의회의 추방 조치는 브라질 정부가 주요 야당의 내년 대선 참여를 제한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비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10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지방선거 투표에 참여하고 나서 연설을 통해 "이번 선거에 참여하지 않고 보이콧을 촉구한 정당은 더는 (다른 선거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알로이지우 누네스 브라질 외교장관은 "마두로 대통령의 행위는 베네수엘라 정부와 야권의 대화와 협상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고, 베네수엘라 정부는 "베네수엘라 국민은 민주주의를 재건하려는 마두로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브라질의 자나이나 파쇼아우 변호사와 법학자인 엘리우 비쿠두는 마두로 대통령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했다.
두 사람은 22페이지 분량의 문건을 통해 "마두로 대통령은 조직적인 방법으로 기본인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정치적 이유로 암살과 고문, 대량구금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제형사재판소에 대량살상과 반인권 범죄로 마두로 대통령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브라질 좌파 노동자당(PT) 호세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청서를 공동 작성한 장본인들이다.
한편, 지난 21일 브라질리아에서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정상회의를 개최한 테메르 대통령은 "메르코수르는 베네수엘라의 복귀를 희망하며, 베네수엘라에서 민주주의가 회복되면 즉시 회원 자격을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메르코수르는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에 의해 초헌법적인 제헌의회가 설치되자 지난 8월 회원 자격을 무기한 정지했다.
테메르 대통령은 "기본적인 권리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회원 자격 정지는 정당한 조치였다"면서 "브라질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남미지역에 민주주의가 확립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fidelis21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