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신고 전 1층 천장 위는 이미 시뻘건 불길"
배관 녹이는 열선작업 후 전원 연결 단자서 불꽃 튄 듯
"천장 스티로폼 옮겨붙었다가 주차 차량 번져 큰불 번져"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29명의 사망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소방당국에 신고되고 이전에 이미 최초 발화 지점인 이 건물 1층 주차장 위 천장에서는 이미 불이 크게 번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천장에서 옮겨붙은 불에 녹아 불덩이가 된 스티로폼 일부가 아래쪽 주차 차량으로 떨어지면서 불길이 거세게 번져 급속히 건물 전체로 확산했고, 결국 29명의 사망자와 36명의 부상자를 낸 참사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제천 화재 감식반에 따르면 이 스포츠센터 주차장 위 천장 위에는 두께 11㎜의 스티로폼이 깔렸고, 그 위에는 비닐하우스에 덮는 것과 같은 보온용 천이 덮여 있었다.
필로티 건물의 1층 천장 위쪽엔 외부에 노출된 공간이 있어 겨울철에는 보온이 안 된다는 단점이 있다.
빗물을 외부로 빼는 우수 배관이나 상하수 배관이 이 공간에 설치돼 있는데 추위 탓에 얼기 일쑤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스티르폼과 보온용 천으로 배관을 감싼다.
2015년 1월 큰불이 났던 경기 의정부 아파트의 필로티 천장에도 15㎝의 우레탄폼 처리가 돼 있었다. 제천 스포츠센터 주차장 천장에도 스티로폼과 보온용 천으로 보온 처리가 돼 있었다.
참사가 발생한 지난 21일 오전 이 스포츠센터 주차장 위 천장에서 배관을 녹이기 위한 열선 작업이 이뤄졌다.
정확히는 열판 작업이었는데, 전원이 연결된 단자 부분에 절연 테이프를 제대로 감지 않으면 전기 불꽃이 튈 수 있다고 한다.
작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단자 부분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고, 천 위에 쌓인 먼지로 불이 옮겨붙으면서 가연성 높은 스티로폼과 보온용 천이 타면서 순식간에 천장 위가 시뻘건 불길로 채워졌을 것이라는 게 감식반의 추정이다.
그러다가 불이 붙은 스티로폼 일부가 주차 차량으로 떨어졌고 사방이 트인 필로티 건물의 구조상 아궁이 안에서 장작에 불이 붙듯 15대의 주차 차량 전부로 불이 옮겨붙었을 것으로 보인다.
주차된 차량에 불이 번지는 것이 확인돼 소방서에 신고가 접수됐을 때는 이미 천장 위 스티로폼과 보온용 천에 붙은 불어 건물 내부 통로를 타고 거슬러 올라가며 급속히 확산하고 있던 셈이다.
감식반 관계자는 "워낙 큰 화재인 탓에 발화지점을 추측할 흔적을 찾기가 어려웠다"며 "전원이 연결됐던 열선 단자의 단락흔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분석하고 있으니 곧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난 불이 순식간에 건물 전체를 감싸면서 대형 화재로 발전한 원인으로는 의정부 아파트 화재 때처럼 필로티 구조가 꼽힌다.
사방에서 바람과 산소가 공급되면서 커진 불길이 건물 내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직으로 상승하면서 1층에서 9층까지 화마에 휩싸였다는 것이다.
감식반 관계자는 "불이 난 직후 제천 스포츠센터 꼭대기에서 불길이 치솟았다"며 "의정부 아파트 화재 때 필로티 구조의 1층 주차장에서 난 불이 전선 배관을 따라 번진 것과 같은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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