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사라진 5세 준희양…실종에서 압수수색까지

입력 2017-12-23 10:30
전주에서 사라진 5세 준희양…실종에서 압수수색까지

지난달 18일 친부와 내연녀가 함께 실종신고 접수

경찰 연이은 수색 허탕, 가족 상대 강제수사로 전환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경찰이 전북 전주에서 실종된 고준희(5)양을 찾기 위해 가족을 상대로 강제수사를 시작했다.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연일 수색에 나섰으나 소득이 없자, 준희양 실종 사건이 강력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찰이 판단한 것이다.

경찰의 강제수사가 석연치 않은 준희양 실종 과정과 사건의 전모를 밝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갑자기 사라진 준희…뒤늦은 실종 신고

경찰은 현재까지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준희양은 지난 4월부터 친부 고모(36)씨의 내연녀(이모, 35·여) 어머니 김모(61·여)씨가 덕진구 인후동 원룸에서 맡아 길렀다.

준희양은 친부와 함께 완주군 봉동읍의 한 아파트에서 지내며, 3월 30일까지 인근 한 어린이집에 다녔던 것으로 확인된다.

김씨는 고씨에게 매달 양육비를 받으며 준희양을 기르다가 지난 8월 30일 우아동의 한 원룸으로 이사한다. 이때 준희양을 목격한 주민도 등장한다.

그러다 지난 8일 친부 고씨와 내연녀 이씨는 경찰서 지구대를 찾아 "지난달 18일부터 준희양이 안 보인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접수한다.

이씨는 신고가 너무 늦었다는 경찰 지적에 "실종 당일 고씨와 다투고 나서 엄마한테 나를 데리러 와달라고 했다. 엄마와 함께 우아동 원룸에 가보니 준희가 없었다. 친부가 데리고 간 줄 알았다"고 진술한다.

경찰은 친부와 내연녀가 말한 지난달 18일에 초점을 맞춰 우아동 원룸 주변 폐쇄회로(CC)TV를 모두 분석했지만 준희양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거듭된 탐문 수사에도 불구, 8월 30일 이후 준희양을 목격했다는 주민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다.



◇ 대대적 수색…주변인 거짓말 탐지기 조사

준희양 행방을 찾지 못한 경찰은 신고 접수 일주일 만인 지난 15일 실종 경보를 발령했다.

경찰서와 지구대는 물론이고 역과 터미널 등 다중이용시설에 준희양 사진과 인적사항이 담긴 전단 4천여 장을 배포했다.

수색 인원도 대폭 늘렸다. 매일 200여 명의 경찰 인력과 헬기 등이 준희양 집 주변과 기린봉(271m)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꽁꽁 얼어붙은 아중저수지에 고무보트를 띄워 수중 수색까지 벌였다.

대대적인 수색과 함께 친부 고씨와 내연녀 이씨, 그리고 김씨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경찰은 실종 경위가 석연치 않다고 판단, 이들 모두에게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

고씨와 이씨는 첫 조사에는 응했으나 이후 경찰의 추가 조사 요구는 거부했다.

친부 고씨는 "딸을 잃은 내가 피해자냐. 아니면 피의자냐. 계속 이런 식으로 취급하면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준희양과 함께 있었던 이씨의 어머니 김씨는 처음부터 거짓말 탐지기 조사 요구를 거부했다.



◇ 경찰, 강력범죄 연루 가능성 커 가족 강제수사

경찰은 거듭된 수색에도 준희양 행방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조차 찾지 못하자 강력범죄 가능성을 조심스레 꺼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5살 어린 아이가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강력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 가족들을 상대로 한 강제수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경찰은 친부 고씨와 내연녀 이씨, 김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하고 22일 이들의 자택과 차를 압수수색 했다.

과학수사대까지 동원해 집 안 혈흔과 유전자 감식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이들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옷가지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나 인터넷 검색기록, 옷에 묻어있을 수 있는 단서 등을 분석해 준희양의 소재 파악에 나선다는 게 앞으로의 경찰 구상이다.

김연근 덕진경찰서 수사과장은 "전날 가져온 증거만으로 가족들이 준희양 실종에 직접 연루됐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며 "가족들을 상대로 한 추가 조사를 통해 준희양 실종 경위를 보다 명백하게 밝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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