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원유만 남았다"…핵·ICBM 추가도발엔 '트리거 조항'(종합)

입력 2017-12-23 05:34
수정 2017-12-23 10:58
"이젠 원유만 남았다"…핵·ICBM 추가도발엔 '트리거 조항'(종합)



'송유관 제재' 문턱까지 접근…'자금줄 차단' 해외노동자 2년내 송환

中의식 원유제재 제외…김정은·김여정 이번에도 블랙리스트서 빠져



(유엔본부=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2일(현지시간) 채택한 '대북제재결의 2397호'는 유류(油類) 제재의 수위를 높이고 '달러벌이'를 옥죄는 게 핵심이다.

블랙리스트(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전방위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압박하면서 핵 개발의 의지를 꺾겠다는 취지다.

특히 휘발유·경유·등유를 아우르는 정유제품 공급량을 연간 50만 배럴로 대폭 줄였다. 두 차례 제재를 통해 기존의 10% 수준으로 깎였다. "이젠 원유만 남았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동시에 '송유관 차단'의 가능성을 높이며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고 나오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 '길 트인' 유류제재…송유관 차단 경고성

안보리가 지난 9월 11일 채택한 제재결의 2375호를 통해 '유류제재'의 길을 텄다면 이번엔 그 강도를 한층 높였다.

북한 정권의 '생명줄'로 꼽히는 원유에 관한 제재는 이번에도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북한의 최대 후원국이자 원유 공급선인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연간 400만 배럴로 추정되는 원유 공급량은 현 수준에서 동결된 상태다. 여기에 연간 400만 배럴의 상한선을 구체적으로 명시했지만, 그 실효성을 놓고서는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원유 공급량이 정확히 얼마인지 공식 확인된 바 없기 때문이다.

제재결의 2375호를 통해 연간 450만 배럴에서 200만 배럴로 줄어든 정유제품 공급량은 이번 결의안을 통해 50만 배럴로 더 줄어들게 됐다. 두 차례 결의안을 거치면서 45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거의 90%가량 차단된 셈이다.

무엇보다 추가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유류제재를 강화하는 조치를 명문화한 대목이 주목된다.

기존 결의안에도 추가도발에 대해 중대조치를 경고하는 내용은 있었다. 여기에 조치 대상을 '유류'로 적시한 것으로, 추가도발에는 유류제재를 자동으로 추가 발동하겠다는 일종의 '유류 트리거(Trigger·방아쇠) 조항'으로 볼 수 있다.

사실상 '바닥권'으로 줄어든 정유제품 공급을 아예 없애거나, 원유 차단에도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기본적으로 대북 안보리 결의는 미·중 협상을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북한이 추가로 핵·ICBM 도발에 나선다면 유류 제한이 자동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라간다는 취지로도 볼 수 있다.



◇ 전방위 달러벌이 틀어막기…2019년 말까지 파견노동자 종료

결의안의 또 다른 골자는 '외화 획득 차단'이다.



현재 김정은 정권의 주요 외화벌이 창구로 꼽히는 '달러벌이' 해외파견 노동자에 대해서는 2년 이내 송환 조치를 명문화했다.

기존 결의안에서는 신규고용·계약연장이 금지됐을 뿐, 기존 노동자들은 계약 만료까지 일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번 결의안을 통해 북한 노동자의 전면 파견중단 시점을 오는 2019년 말로 다소 앞당긴 것으로 평가된다.

애초 미·중 협상을 거친 최종 수정안(블루텍스트·blue text)에서는 '12개월 이내'로 시한을 못 박았지만, 러시아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표결을 앞두고 막판에 '24개월 이내'로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북한은 40여 개국에 최대 10만 명을 파견해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노동자가 전원 송환되면 적게는 2억 달러에서 많게는 5억 달러까지 외화수입이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수출금지 품목을 식용품·농산품·기계류·전자기기·광물 및 토석류·목재류·선박 등으로 확대한 것도 '자금줄 옥죄기'의 목적으로 볼 수 있다.

유엔 관계자는 "외화 수입원인 수출품목, 그 가능성이 있는 품목까지 미리 차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수출금지 확대 조치로 북한의 수출 소득이 약 2억5천만 달러 줄어들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북한의 서해·동해 조업권 거래 금지를 명문화한 것도 '수산물 수출금지'를 보다 명확히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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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빼고 블랙리스트 확대…대화 압박 다목적 포석

지금까지 대북 제재대상인 블랙리스트 명단은 개인 63명, 단체 53명이었다. 여기에 더해 개인 16명, 단체 1명이 추가된다.

14명은 해외에 있는 북한은행 대표들이며, 나머지 2명은 미사일 개발의 주역으로 손꼽히는 노동당 군수공업부 리병철 제1부부장과 김정식 부부장이다.

블랙리스트에 지정되면 해외여행이 금지되고 자산이 동결된다. 단체로서는 '인민무력성'이 블랙리스트에 추가됐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은 블랙리스트에 추가되지 않았다. 김정은을 블랙리스트에 올린다면 김정은 체제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제재를 위한 초강경 카드로 남겨뒀다는 분석과 함께 대북 대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는 조치라는 해석이 모두 가능한 대목이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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