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가치 있나 없나'…옛 속초수협 건물 철거 '갈등'

입력 2017-12-23 08:00
'보존가치 있나 없나'…옛 속초수협 건물 철거 '갈등'

(속초=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강원 속초시가 중앙동 옛 속초수산업협동조합 건물 철거 여부를 놓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문화재적 가치를 주장하며 보존을 요구하는 의견과 미관저해와 붕괴 우려로 철거를 요구하는 시민 의견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속초시에 따르면 2015년 속초수협이 청호동으로 옮겨간 뒤 비어 있는 옛 수협건물을 철거하기로 하고 지난 3월 5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속초시는 1968년에 지어진 건물의 벽체와 기둥에 균열이 가는 등 안전도 면에서 D등급 판정을 받자 철거를 원하는 주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

속초시는 해당 건물을 철거한 뒤 주변을 정리하고 공원을 조성해 인근 관광수산시장 및 갯배와 연계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역의 문화예술계에서 문화재적 가치를 내세우며 보존을 주장하고 나서자 속초시는 건물 철거를 못 하고 있다.

문화예술계는 "해당 건물은 속초시 수산업의 역사를 말해주는 시설로 건물 안에 있는 대형금고 역시 보존가치가 있다"며 "보수해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건물 철거를 원하는 시민들은 "불과 50여 년 전에 지어진 건물의 문화재적 가치가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며 "경주와 포항에서 지진으로 엄청난 피해가 난 현실을 고려할 때 붕괴 위험이 있는 건물은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찬반 의견이 엇갈리자 속초시는 당초 세운 철거계획을 유보했다.

속초시는 내년도에 추진할 예정인 도시재생 용역에 수협건물 문제를 포함해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용역 결과에 따라 필요성이 인정되면 보존하고 없다고 판단되면 철거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보존 필요성이 인정되면 시설을 리모델링해 박물관이나 전시관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일부에서 우려하는 민간단체 사무실 제공 등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시가 확보한 철거예산 5억원은 불용처리 되게 됐다.

이에 대해 속초시의회는 "건물 철거를 전제로 대지 매입에 동의하고 철거비 예산을 승인했는데 철거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예산이 불용처리 되게 됐다"며 "속초시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mom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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