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경찰 이기주의로 자치경찰제 퇴보…수사권 100% 줘야"

입력 2017-12-25 06:15
박원순 "경찰 이기주의로 자치경찰제 퇴보…수사권 100% 줘야"

"40% 내놓겠다"는 경찰에 포문…"경찰이 대통령 뜻 제대로 이해 못해"

"17개 시·도 의견 수렴해 단일 자치경찰 권고안 마련할 것"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박초롱 이태수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치경찰은 40%짜리가 아닌 '100% 자치경찰'이 돼야 한다"며 "서울지방경찰청 이하 모든 국가경찰 조직을 지방(정부)으로 넘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치경찰로 이양하는 경찰권은 40% 수준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밝힌 이철성 경찰청장을 겨냥한 작심 발언이다. 광역적 수사, 안보 관련 대공수사, 국제적 협조가 필요한 수사 권한만 국가경찰에 남기고 나머지 수사 권한은 모두 자치경찰에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2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찰개혁위원회가 지난달 내놓은 자치경찰제 권고안에 대해 "자치경찰 논의가 처음 시작된 김대중 정부 시절보다 후퇴한 모델이자, 실패한 제주 자치경찰제에 약간의 살을 덧붙인 '생색내기'"라고 규정하고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자치경찰은 국가 전체를 관할하는 국가경찰(중앙경찰)과 대비되는 것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돼 그 지역주민의 치안·복리를 위해 활동하는 경찰을 뜻한다. 자치경찰 인사는 시·도지사가 행사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을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자치경찰제를 내년부터 시범 실시하고, 2019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자치경찰 도입은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도 얽혀있다. 경찰이 독립된 수사권을 갖게 될 경우 권력 비대화를 막는 차원에서 국가경찰-자치경찰 분리가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중앙경찰 제도로는 국민에게 맞춤형 안전과 편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나온 게 자치경찰제"라며 "수사권 이양 정도가 경찰의 기관 이기주의에 따라 결정되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경찰이 지키고자 하는 것이 '시민의 안전과 생명'인지 '기득권'인지 알 수 없다"며 "경찰이 연방제에 준하는 자치분권을 선언한 문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국가경찰-자치경찰을 중복 설치하면 지역·사무 관할권이 명확지 않아 사사건건 충돌하게 될 뿐 아니라 막대한 주민비용부담도 추가된다"고 밝혔다.

이어 "예컨대 종로구에 국가경찰 소속 파출소와 서울시 소속 파출소가 따로 생기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자녀가 실종된 국민 입장에선 어디에 신고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안에 따르면 '강력범죄가 의심되지 않는' 실종자에 대한 수사권을 자치경찰이 갖고, 이외 실종 수사는 국가경찰이 하게 된다.



박 시장은 "일각에선 자치경찰이 지역 토착세력이나 정치권력에 휘둘릴 위험을 걱정하는데, 중립적 경찰위원회를 통해 견제하고 시·도지사, 의회 간섭을 배제하는 조항을 명문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전국 시·도가 합의한 자치경찰 권고안을 따로 만들어 공동 대응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경찰개혁위원회의 이번 권고안은 제안일 뿐 확정된 정부 안이 아니므로 완전한 자치경찰 구현을 위해 다른 시·도와 연대할 것"이라며 "내년 1월 시도지사협회에서 17개 시·도 의견을 수렴해 단일한 자치경찰 권고안을 완성하고, 제2국무회의에서 정식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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