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 강조한 이만수 전 감독 "이승엽이 왜 존경받겠어요?"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은 대형 포수 육성을 위해 제정한 '이만수 포수상' 제1회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에게 실력 이상으로 인성을 강조했다.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본능 KBO 총재와 김인식 전 국가대표팀 감독, 이광환 KBO 육성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시상식에서 이 전 감독은 수상자인 청주 세광고의 김형준, 경남고의 한동희한테 "야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인성이 좋아야 한다. 대한민국 야구를 이끌어가는 겸손한 선수가 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공식 행사 후 취재진을 따로 만난 이 전 감독은 대뜸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린다"고 했다.
최근 프로야구 전·현직 선수들이 폭행이나 도박, 사기 등에 연루된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이 전 감독은 "프로야구가 생기자마자 나 같은 선배들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면서 "우리는 아마추어 때를 벗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프로 선수가 돼 술도 먹고 했다"고 돌아봤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초기 선수들이 조금 더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 모범이 됐더라면 현재 야구장을 누비는 후배들이 인격적으로 좀 더 성숙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드러낸 것이다.
이 전 감독은 '국민 타자'로 한국프로야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2017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이승엽(41)을 언급했다.
"이승엽 보세요. 야구만 잘하는 게 아니라 겸손하잖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많은 팬한테 존경을 받죠. 이런 선수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이 전 감독은 2014시즌을 끝으로 SK 와이번스에서 물러난 뒤 전국 중·고교와 라오스 등에서 야구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
프로를 꿈꾸며 열심히 훈련하는 중·고교 선수를 보며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이 전 감독은 "아마추어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보니, 크고 작은 잘못을 해도 야구만 잘하면 교장 선생님이 눈을 감아주는 경우가 있더라"며 "이러니 프로에 와서도 '실수해도 봐주겠지'라고 잘못 생각하는 거 같다"고 혀를 찼다.
그는 "프로야구가 큰 인기를 얻어 (스타 선수 몸값) 100억원을 훌쩍 넘는 시대가 되니 아이들까지 겸손할 줄 모르고 화려한 것만 너무 좋아한다"며 거듭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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