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최신 항모, 제 기능하려면 호위함 전력 확충해야"
美 군사 전문매체, F-35B 스텔스 구입에 가용예산 부족
"충분한 호위함 없으면 적 대함 미사일에 '좋은 먹잇감'"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영국이 '해군 강국 부활'을 기치로 최근 취역한 대형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가 제대로 기동하려면 호위함 부족 등 여러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의 해군 전문매체 네이벌 테크놀로지(NT)에 따르면 퀸 엘리자베스와 자매 함인 프린스 오브 웨일스 등 두 척의 순수 건조비만 62억 파운드(9조 원)로 애초보다 배나 늘어났다.
이에 따라 영국 해군이 항모 호위와 화력 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할 구축함 등 함정과 숙련 승조원 부족 현상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이 매체는 내다봤다.
맨 먼저 지적된 것이 항모 전단을 구성할 구축함, 호위함, 군수지원함 등 수상함정 부족이다. 해군 당국자들은 의회 청문회 등을 통해 항모 전단 구성에 필요한 구축함과 호위함 보강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당국자들은 퀸 엘리자베스 함이 구축함 네 척과 수 척의 호위함으로 항모 전단을 구성, 작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력한 위력을 지닌 최첨단 대함미사일이 항모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런 위협을 방지하려면 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춘 구축함과 호위함 추가 건조와 배치가 절실하다는 것이 당국자들은 주장했다.
구축함과 호위함이 충분치 않으면 미사일 요격 능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그만큼 퀸 엘리자베스 함이 피격될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항모 건조와 주력 함재기로 선정된 F-35B '라이트닝 2' 스텔스 전투기 도입에 해군 예산 상당 부분이 전용되면서 해결은 커녕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퀸 엘리자베스 함에 탑재되는 F-35B는 26대로, 대당 가격이 평균 1억 달러(1천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항모 전단 호위함 전력 확충에 필요한 예산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항모 운영에 필요한 숙련 승조원들 역시 예산 부족으로 충분히 확보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됐다.
추진엔진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미국과 프랑스는 핵 항모만 운영하는 반면 영국 항모는 디젤 추진엔진이다. 핵 항모와 디젤엔진 항모의 성능은 하늘과 땅 차이다.
핵 항모는 50년 주기로 연료를 재보급하면 돼 식량과 탄약 그리고 승조원 공급이 원활하면 사실상 무한정 작전이 가능하다. 반면 디젤엔진을 단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는 1만 해리(1만8천520㎞)마다 재급유를 해야 해 작전능력에서는 아예 비교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네이벌 테크놀리지는 퀸 엘리자베스 함이 디젤엔진 장착에 따른 단점을 보완하려면 재급유 기술 면에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퀸 엘리자베스 함은 길이 280m, 6만5천t으로 수직 이착륙 기종인 첨단 F-35B '라이트닝 2' 스텔스 전투기를 36대를 비롯해 중형 대잠수함 헬기와 공격헬기, 수송용 헬기를 동시에 탑재할 수 있어 해상 군사도시에 비유된다. 승무원 1천600명을 태우고 작전을 펼칠 수 있다.
다만 F-35B 전투기들은 2020년 연말께부터 퀸 엘리자베스 호에 탑재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402㎞ 반경에서 동시에 1천 대 규모의 선박과 항공기 움직임을 감시할 수 있는 첨단 장거리 레이더 기능이 장착돼 있다.
한편 엘리자베스 함이 취역식 직전 시험 운항 과정에서 추진축 가운데 하나가 고장이 나 격실이 제 기능을 못 하는 바람에 바닷물이 선체 하부로 유입되는 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됐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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