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맞고만 있자니…" 외국인 범죄자들의 '이유있는' 항변

입력 2017-12-22 10:57
"계속 맞고만 있자니…" 외국인 범죄자들의 '이유있는' 항변

이상윤 교수, 이민정책학회 학술대회서 면접조사 결과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외국인 범죄자들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심경으로 범죄를 저질렀을까?

부경대 행정공간정보화연구소 부소장인 이상윤 교수가 그들을 직접 만나 들은 이야기를 22일 부산대 국제관에서 열린 한국이민정책학회 동계 학술대회에서 소개해 눈길을 끈다.

이 교수는 범죄 경력이 있는 외국인 5명을 개별면접하고 외국인 범죄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국내 거주 외국인 35명을 집단면접해 수집한 사례를 분석한 논문 '외국인 범죄인식에 대한 사회통합적 고찰'을 발표했다.

"사람을 때린 것도 아니고 너무 맞다가 계속 맞을 수 없어 잡은 거예요. 난 합법적으로 공연비자를 받고 주점에서 일하고 있고 성매매는 하지 않는데도 성매매를 요구하며 다짜고짜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어요. 하는 수 없이 같이 몸싸움한 거예요. 정당방위였어요."(사례 2-4)

"술집에서 옆자리 한국인 손님들이 '조선족 남자들은 전부 살인청부업자들'이라거나 '조선족은 한국에서 돈만 밝히는 거지떼'라고 욕하더군요. 참다못해 한마디 하자 '조선족 짱깨××가 어디에다 입을 터냐"고 말해 싸움이 난 겁니다. 칼도 내가 먼저 든 게 아니라 먼저 주방에서 칼을 들고 와 위협하길래…."(사례 1-4)

"술집에 갔는데 우리가 먹은 것보다 돈이 더 나와 잘못돼 함께 간 친구가 항의했더니 반말로 '다시 해줄게'라며 계산서를 던지고 가더군요. 계산을 잘못했으면 사과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면 그랬을까요? 친구가 많이 화가 나 내가 말리지 않았으면 큰 싸움이 날 뻔했어요."(사례 5-3)

"호프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한국 남자들은 술만 취하면 내게 반말을 하며 엉덩이를 만지거나 어깨나 허리를 잡아요. 한국 언니에게는 그러지 않는데 내가 외국 여자라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그 사람에게 '이 더러운 놈아'라고 욕하며 쟁반으로 머리를 세게 치고 싶어요."(사례 4-3)

"택시를 타면 기사들이 내게 일단 말을 걸어보고 한국말을 잘하지 못한다 싶으면 멀리 돌아가요. 한국 친구랑 타면 그러지 않는데 말이죠. 항의해도 '지금 밀리는 시간이라 이 길이 빠르다'며 계속 가는 거예요. 분노가 치밀었죠."(사례 5-4)

"인도에서 온 나는 얼음공장에서 별명이 스타였어요. 얼굴이 검어 흰 얼음에 대비돼 확 눈에 띈다는 뜻이죠. 동네 애들까지 "스타 간다, 깜디스타 간다"라면서 놀리니 홧김에 미용실 입간판을 발로 찼다가 입건되고 말았어요."(사례 1-2)

"우리 집 앞에 쓰레기 무단투기하는 사람이 있어 구청에 얘기했는데도 해결이 안되더군요. 내가 새벽까지 잠 안 자고 지켜보고 있었더니 범인이 옆집 아저씨더라고요. 그래서 몸싸움이 난 거예요. 외국 국적자지만 한국 여자와 결혼해 주민세나 지방세도 꼬박꼬박 잘 내고 있는데 주민 대접을 못 받는 것 같아요."(사례 5-2)

"외국인들도 한국에 거주하며 먹고사는 건 분명하니까 조금씩 기부도 하면서 한국 사람들과 소통과 이해의 폭을 넓히면 더욱 존중받는 존재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사례 1-1)

이 교수는 면접조사에서 나타난 사례를 ▲동등한 삶 ▲차별 없는 참여 ▲지역 커뮤너티 속에서의 자존감 ▲내국인 수준의 책임과 의무를 행하는 삶 4가지의 '사회통합적 포용의 의미 범주'로 분류한 뒤 "영화에서든 실제에서든 외국인을 우범자나 차별적 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외국인을 타자로서 우리 사회에 영원히 인식시키고 이를 고착할 수 있어 문제가 크다"고 우려했다.



강혜정 부산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원은 '다문화 공존사회를 위한 결혼이민자 정보격차 해소방안'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결혼이민자와 일반 국민 간의 정보격차 실태를 소개하며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이민자의 컴퓨터 보유 비율은 2011년 68.5%, 2013년 72.0%, 2015년 73.2%, 2016년 72.0%를 나타내 국민 전체 보유 비율과의 격차가 각각 13.4%, 8.1%, 3.9%, 3.3% 포인트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스마트폰 보유 격차는 2011년 23.4% 포인트에서 2016년 12.9% 포인트로 감소했으나 여전히 두 자릿수를 나타내고 있으며 인터넷 이용률 역시 2016년 14.0%의 차이를 보였다.

2016년 기준으로 결혼이민자의 컴퓨터와 모바일 이용능력 정도는 각각 37.0%와 50.3%로 저조한 편이었다. 정보의 활용률도 검색, 이메일, SNS 등 개인적 용도로는 89.5%에 이르는 데 비해 정보 생산과 공유, 사회적 관계 형성처럼 심화한 용도로는 48.5%에 그쳤다.

강 연구원은 "정부가 결혼이민자의 정보 소외 문제를 해결하고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해 중고 컴퓨터를 지원하고 정보화 교육을 실시해 결혼이민자의 정보 접근권은 향상됐지만 스마트 정보 접근이나 인터넷 이용률 격차는 여전하고 모바일 이용능력이나 정보 활용 정도도 미흡하다"면서 "수요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 그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 및 교육 방식도 다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규 부산대 박사는 '국내 출생 다문화 자녀의 언어교육정책에 관한 연구'를 통해 "현재 방문 자녀생활 서비스는 만 3∼12세 이하 다문화가족 자녀와 중도입국 자녀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태아와 영·유아 시절부터 모국어 습득이 이뤄지고 이때는 높은 수준의 한국어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결혼이주여성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교육을 받거나 담당자가 가정을 방문해 교육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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