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신화' 에릭 슈밋 회장 퇴진…"새 삼두정치의 시작"(종합)

입력 2017-12-22 17:59
'구글신화' 에릭 슈밋 회장 퇴진…"새 삼두정치의 시작"(종합)

17년간 성장 이끌고 내년부터 기술고문…'트럼프 이후 입지 약화'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에릭 슈밋(62) 회장이 내년 1월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파벳은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슈밋 회장이 내년 1월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 자리를 내려놓고 기술 고문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이사회 이사직은 유지할 계획이다.

알파벳은 그의 후임으로 비상임 의장을 선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슈밋 회장은 벨 연구소와 제록스 팔로알토 연구센터,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을 거쳐 지난 2001년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제안을 받고 회사에 합류했다.

그는 2011년까지 최고경영자(CEO)로 일하며 작은 검색엔진에 불과했던 구글을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의 하나로 키워냈다. 2004년에는 구글 기업공개(IPO)를 주도했고, 모바일 시대에 발맞춰 안드로이드를 애플 iOS에 대적하는 운영체제로 만들었다.

그의 지휘 아래 구글은 온라인 광고와 비디오 스트리밍을 지배하는 세계 시가총액 2위의 인터넷 공룡으로 성장했다.

슈밋 회장은 지난 2015년 구글을 알파벳 중심의 지주회사 체제로 바꾼 후 회장을 맡아왔다.

하지만 그의 재임 시절 구글의 독과점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된 것은 하나의 오점으로 지목된다.

또 유부남인 슈밋 회장은 부인이 아닌 여자 친구들을 기업 공개행사에 데려오는 등의 여성 편력으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전했다.

슈밋 회장은 이날 성명에서 "알파벳 구조가 잘 작동하고 있고, 구글도 번성 중이다"라며 "지금이 알파벳의 진화를 위한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과학과 기술 문제, 사회공헌사업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이 활동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슈밋 회장의 깜짝 퇴진 배경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그의 갑작스러운 은퇴는 알파벳에서 그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있는 동시에 구글 내에서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또 대표적 민주당 지지자였던 슈밋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입지가 약화된 것이 그의 퇴진을 이끌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 IT기업 CEO들을 만난 자리에서 보좌관들에게 슈밋 회장이 자신의 경쟁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는 일화가 이를 방증한다.

NYT는 "슈밋의 퇴진으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로 이어지는 삼두정치가 막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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