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달봉은 어디에…인천지역 익명 기부 '뚝'
올해 4월 이후 인천적십자 고액기부도 '전무'…기부 분위기 찬바람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인천지역에서 기부의 귀감이 됐던 '익명의 기부자들'이 자취를 감췄다.
25일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이하 인천적십자)와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인천모금회)에 따르면 현재(21일 기준)까지 인천지역에서 겨울철 익명의 기부자(모금함 소액 기부 제외)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익명의 기부자들이 거액을 기부해 화제가 됐던 지난해 겨울철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인천시 남동구, 동구, 부평구에 5만원 지폐로 5천만원씩 총 1억5천만원을 나눠 기부한 익명의 손길이 등장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 기부자는 "홀몸노인과 소년·소녀 가장들을 위해 써달라"며 '김달봉'이라는 이름만 남긴 채 홀연히 사라졌다.
올해 1월에는 계양구 인천톨게이트에서 31만8천100원이 든 동전 꾸러미를 기부 캠페인 자원봉사자에게 전달한 익명의 기부자 사연이 주변을 훈훈하게 했다.
인천적십자에서는 올해 4월 1억원을 익명으로 기부하고 고액기부자 모임인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RCHC·Red Cross Honors Club)' 4호 회원으로 가입한 소식도 있었다.
그러나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 5호 회원은 현재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관공서를 통해 인천모금회나 인천적십자에 '이름 없는 기부'를 하는 사례도 끊겼다.
익명의 기부자가 거액을 기부하는 사례가 흔한 일은 아니지만, 단 1건도 없는 것은 기부에 대한 열기가 그만큼 식었다는 방증이라고 인천 사회복지기관들은 풀이했다.
인천적십자의 한 관계자는 "1∼2년 전만 해도 인천국제공항 내 모금함에 5만원 지폐로 200만원 뭉치를 넣어 기부하거나 봉투에 10만∼20만원을 넣어 적십자로 전달하는 익명의 기부자가 있었는데 올해는 전무하다"며 최근 기부 분위기를 설명했다.
실제 인천지역의 올해 기부 실적은 저조한 상황이다.
인천모금회는 72억2천만원 모금을 목표로 지난달 20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73일간 '희망 2018 나눔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 중반부에 들어선 이달 21일 모금액은 31억1천만738원(목표액의 43%)으로 목표액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이 수치도 같은 날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3억4천만원(목표액의 18.5%)을 기부하면서 달성했지만, 모금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에는 목표액(54억9천만원)의 65.9%(36억1천여만원)를 달성했다.
김성철 백석대 보건복지대학원 교수는 "희소병 딸 기부금 12억원을 챙긴 이영학 사건 등으로 기부에 대한 불신이 커져 기부 분위기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본다"며 "이럴 때일수록 모금단체들은 기부금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홍보해 기부자들의 보상 욕구에 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인천모금회 관계자는 "익명의 기부자가 등장해 기부 독려 분위기가 촉진되면 좋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평범한 시민 다수의 기부"라며 "작더라도 나눔에 나서는 이웃사랑 실천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기부참여 희망자는 인천모금회(☎ 032-456-3312)에 문의하거나 사랑의 계좌(농협 147-01-182301·신한은행 100-013-448757)로 입금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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