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열·통곡…제천 화재 시신 안치 병원 밤새 눈물바다

입력 2017-12-22 09:02
수정 2017-12-22 09:36
오열·통곡…제천 화재 시신 안치 병원 밤새 눈물바다

제천서울병원·명지병원 유가족 뜬 눈으로 밤새워

유족들 장례 절차 논의…합동 분향소 설치 요구

(제천=연합뉴스) 이승민 권준우 기자 = 58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사망자의 시신 14구가 안치된 제천서울병원에는 유족의 울음이 끊이지 않는 등 이틀째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22일 이 병원 장례식장 2층에 마련된 유가족 대기실에는 50여명이 눈앞의 현실이 믿기지 않는 듯 망연자실하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대기실 곳곳에서는 통곡과 오열하는 소리가 밤새 끊이지 않았다.

참사로 아내를 떠나보낸 유족 류모(59)씨는 "목욕을 하러 갔던 아내를 잃고 나니 모든 것이 허망하다. 더는 이 나라에 살고 싶지 않다"며 눈물을 닦았다.

고등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인 류씨는 "아내 시신을 확인했는데, 두꺼운 외투만 입고 있었다"면서 "옷가지라도 걸치고 탈출하려다 시간을 놓친 것 같아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탄식했다.



그의 아내는 불이 난 건물 2층 여자 목욕탕에서 발견됐다. 시신 손바닥이 심하게 훼손돼 있었던 탓에 21일 밤 11시가 넘어서야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유족은 전날부터 한 끼도 입에 대지 못한 채 멍하니 천장만 바라 보고 있었다. 대기실 구석에는 쪽잠을 청했으나 눈이 감기지 않아 뒤척이는 유족도 눈에 띄었다.

유가족 10여명은 대기실 한쪽에 모여 장례 절차와 유족 모임 구성 등 향후 계획을 논의하기도 했다.

류씨는 "한 번에 30명 가까운 사람이 숨져 제천에는 수용할 장례식장이 없다"면서 "시가 유가족 대표를 선출하도록 도와 주고 합동 분향소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5명의 사망자 시신이 안치된 제천명지병원 유가족들도 황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망자 최모(46·여)씨의 유족은 이날 오전 7시께 장례식장 지하 임시 빈소에서 장례 절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씨는 대학생 딸, 고3 딸, 막내아들 등 3남매를 키우던 맞벌이 엄마로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사로 일했다. 고3 딸은 이번에 수능을 치러 대학에 합격했다.



한 유족은 "고인이 5남매 중 넷째 딸인데 다음 주 남매들이 모두 모이는 가족 모임을 할 예정이었는데 못 보고 세상을 떠나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최씨를 아는 한 지인은 "성실하고 순박한 최씨는 자식 셋을 어엿하게 키우기 위해 정말 성실하게 일했다"며 "아이들을 다 키웠는데 너무 허망하게 떠났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29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소방 당국은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현장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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