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도피 경찰' 한인 아내도 '추적'…남편이 美서 부패 증언
2013년 부패 스캔들 수사 경찰간부 국외 도피, 美재판서 진술
터키 당국, 아내 김씨 등 가족에 체포영장…"국외 도피 경위도 조사"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미국 검찰에 터키 부패 스캔들의 수사자료를 제공한 전직 터키 경찰간부의 한국인 아내가 터키 당국에 쫓기는 처지가 됐다.
22일 아하베르 등 터키 매체에 따르면 터키 법원은 전직 경찰 휘세인 코르크마즈의 아내 김모씨와 형제·누이, 부모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코르크마즈는 2013년 12월 터키 정국을 뒤흔든 부패 스캔들을 파헤친 수사관으로, 현재 미국 뉴욕남부(맨해튼)연방지법에서 진행 중인 이란 제재법 위반 재판의 핵심증인이다.
2013년말 당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 정부의 장관 등이 뇌물을 받고 국영은행을 통해 이란의 자금을 세탁해 준 정황이 터키 경찰 수사에서 포착됐다.
이 부패 스캔들로 장관 4명이 사임하는 등 에르도안 정권이 큰 위기를 맞았으나, 증거의 진위 여부와 수사 의도·배후 등이 논란이 되며 수사가 종결됐다.
뇌물 수수 혐의자들은 곧 석방되고, 수사팀은 좌천되거나 투옥됐다.
코르크마즈 역시 2014년 9월 '국가전복죄'로 구속돼 작년 2월에야 석방됐다.
코르크마즈의 아내 김모씨는 남편이 수감된 16개월동안 홀로 출산·양육을 하며 옥바라지를 했고, 이 사연은 터키 언론에 소개돼 교민 사회에도 널리 알려졌다.
코르크마즈 출소 후 김씨 부부의 이름이 잊혀졌으나, 최근 미국 검찰이 2013년 사건을 이란 제재법 위반 혐의로 파헤치면서 다시 터키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코르크마즈가 재판에서 "2013년 수사 자료를 어머니에게 잘 간수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는 사실이 전해진 후 터키 사법당국은 코르크마즈의 부모뿐만 아니라 김씨에게도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터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코르크마즈 가족의 소재 파악에 나선 터키 당국은 김씨와 다른 가족, 변호사 모두 도피한 사실을 확인했다.
터키 사법당국은 이들의 '도주' 경위 파악에도 나섰다.
터키정부는 작년 쿠데타와 2013년말 부패 스캔들 수사 모두 그 배후를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세력으로 본다.
최근 터키정부는 미국 법원에 재판의 증인 코르크마즈가 '펫훌라흐 귈렌 테러조직'(FETO) 가담자라고 통보했다.
한편 미국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터키 금거래상 레자 자라브는 2012년부터 미국의 감시망을 따돌리려 터키 국영은행 경영진과 돈세탁을 공모했고, 이 과정에서 자페르 차을라얀 전 경제장관 등 에르도안 정부 장관들에게 600억원이 넘는 뇌물을 안겼다.
자라브는 법정에서 에르도안 당시 총리와 사위가 부패 스캔들이 수그러든 후 돈세탁을 재개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 진술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 검찰이 이 사건 관련자 9명을 기소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불쾌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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