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고은의 참새방앗간] 스타의 절박한 SOS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천송이는 한때 너도나도 잡으려고 했던 최고 중의 최고 스타였다. 서울 한복판 가장 비싼 옥외 광고판은 그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장식했고, 여기저기서 제발 출연해달라는 러브콜이 이어졌다.
하지만 인기는 의리가 없고 보증기간도 없다. 일련의 스캔들에 휘말리자 천송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180도 돌변했고, 그를 잡고자 안달복달했던 제작진들이 하루아침에 고개를 돌렸다. 이미지 손상에 따른 광고 계약 파기와 손해배상 청구가 이어졌다. 자신만만하고 낙천적이었던 천송이도 싸늘해진 시선과 대우에 의연할 수는 없었다.
그런 그를 잡아 준 것은 외계인이었다. 저 먼 우주에서 온 외계인 도민준이 톱스타 천송이가 아니라, 인간 천송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준 덕에 천송이는 심연에 빠지지 않았고 다시 씩씩하게 일어섰다.
'별에서 온 그대'의 허무맹랑한 판타지 속에도 뚜렷한 현실이 있다. 연예계의 냉혹함, 인기의 덧없음이다. 마음의 근육을 키우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다. 초능력자 외계인 정도는 곁을 든든히 지켜줘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연예인이 알게 모르게 마음의 병을 토로한다. 조명이 꺼지고 난 뒤 쓸쓸함과 공허함을 주체하지 못하기도 하고, 무대 위의 삶과 무대 아래의 삶 간 괴리에 괴로워하는 경우도 많다. 오늘 환호해주던 목소리가 내일이면 사라질까 두려워하기도 한다. 인기 절정의 순간, 자존감은 반대로 바닥을 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생긴다.
4년 전 우울증을 앓아 어디서든 쉽게 나서지 못했다는 한 스타는 "그때는 내가 보는 나의 능력이 매우 낮았고, 또 그 사실을 촬영장의 모든 사람이 아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세계적으로 막강 팬을 거느린 한 K팝 스타의 죽음이 충격을 안겨줬다. 아이돌 가수 육성 시스템과 치열한 경쟁에 대한 우려와 지적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이런저런 해석과 분석이 나온다. 모두 사후약방문이다.
스물일곱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뜬 이 스타는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 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 게 용하지"라는 유서를 남겼다.
절박한 SOS였다. 그러나 구조 신호가 골든타임 안에 닿지 못했다.
오늘도 수많은 이들이 "픽 미 픽 미 픽 미 업"을 외친다. 여기저기서 "나야 나"라며 뽑아달라고 한다. 크고 화려한 외침이다. 하지만 그 소리에 취해 진짜 들어야 하는 절박한 외침은 못 듣는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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